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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여유] 이호군 BC 카드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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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반상엔 인생과 우주, 그리고 경영이 있다."

BC카드 이호군 (61.사진)사장이 바둑에 심취한 연유다. 그는 요즘 카드업계 부실문제로 인생 중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를 멀다하고 카드업계 사장들과 정부의 경제관료들을 만나 머리를 맞댄다.

그러나 카드연체율이 10%를 훌쩍 뛰어넘은 현실에서 부실을 떨어낼 묘수가 쉽게 나올 리 없다. 그래서 그는 바둑판 앞에 앉는다. 마땅한 상대가 없으면 바둑 TV를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을 떨칠 수 있다.

"바둑을 두든 TV를 보든 그 시간만큼은 모든 잡념을 잊고 반상의 도만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가 바둑을 배운 것은 1960년대 초 대학 입학을 하고서다. 우연히 신문에 난 바둑해설을 읽다 그만 반해 버렸다. 손자병법은 물론이고 삼국지의 격렬한 전투, 공맹의 예가 모두 바둑 속에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그는 신문해설을 스크랩해가며 바둑을 배웠고 70년대 포병장교시절에는 준 프로에 가까운 동료에게 바둑을 배워 실력이 껑충 뛰었다. 李사장은 한국기원 공인 아마 4단이다. 웬만한 프로와는 3점 놓고 승률이 반반일 정도다.

더구나 회사가 현재 '한.중 신인왕전'을 운영하며 양국 바둑 인재 발굴에 앞장서고 있어 그의 바둑에 대한 관심과 애호는 더욱 각별하다.

"바둑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조그마한 성과에 도취하지 말고 과욕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과욕과 도취는 패배로 이어지는 지름길이거든요."

그는 경영에서도 이 같은 원칙은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BC카드는 3~4년 전 경쟁 카드사가 거리에서 무분별한 회원유치 활동을 벌일 때 이를 최대한 억제하고 11개 회원사 은행에서 검증된 고객들에게만 카드를 발급한 덕에 현재도 카드채 부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크게 겪지 않고 있다.

李사장은 모두가 과욕을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집을 확보해야 승리하는 바둑의 원리가 경영에 적용된 탓이라고 평가했다.

李사장이 바둑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둑에는 '기회의 평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한수씩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 실수해도 다시 만회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직원들에게도 인사의 평등원칙을 강조한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글=최형규,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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