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주 스님 "문 후보의 생각, 청문회서 듣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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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 스님이 23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실시와 관련해 “청문회를 통해 온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불교계 원로 월주(79·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스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 이사장이다. 재단을 만들어 활동한 지 18년째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 광주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20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 및 인권센터’ 착공식도 열었다. 23일 서울 정동에서 월주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했다는 일제 식민지배 발언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데, 위안부 할머니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더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리 후보자가 정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청문회는 토론 민주주의의 중요한 절차다. 청문회를 통해 온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인사청문회 전 자진사퇴를 주장한다.

 “이건 문창극 후보자 개인이 총리가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크게 봐야 한다. 민주주의는 토론 문화를 통해 꽃이 핀다. ‘문창극 후보자 공방’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시험대에 섰다. 민주주의에는 절차가 중요하다. 청문회를 하지 않고 자진사퇴 하라는 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나도 청문회를 통해 보고 싶다. 그가 정말 반민족주의자인지, 아니면 애국주의자인지 알고 싶다.”

 -야당에선 청문회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덮어놓고 청문회를 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는 불교인이다.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은 기독교적이다. 솔직히 편하진 않다. 그러나 우리는 다종교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그러니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듣고, 판단을 해야 된다. 그 절차를 무시해선 안 된다. 그게 없다면 우리 사회에 ‘화쟁(和諍)’을 일구기는 어렵다.”

 -‘문창극 공방’에서 화쟁은 뭔가.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는 갈라져 있었다. 고구려·백제·신라는 이질적이었다. 막상 삼국통일이 되니 어땠겠나. 갈등이 많았다. 그때 화쟁 사상이 우리를 민족적으로, 정신사적으로 통합시켰다. 화쟁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삼국 대신 좌우 이념으로 갈라져 있다. ‘문창극 공방’도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리전처럼 번져간다. 그건 곤란하다. 이 문제는 화쟁으로 풀어야 한다. 유교에선 그걸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부른다. 각자 자기 입장을 지키면서도 화합을 이룬다는 뜻이다. 청문회는 이틀이고 사흘이고 좋다. 모든 걸 다 내놓고 국민이 직접 판단하게 해야 한다.”

 -이틀이고, 사흘이고 좋다니.

 “청문회에서 모든 걸 짚어봐야 한다. 1시간이 넘는 교회 강연 동영상도 다 틀어보고, KBS에서 보도한 영상도 다 틀어봐야 한다. 학교 강연 동영상도 다 보여줘야 한다. 그걸 통해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 그래야 사실 보도를 했는지, 왜곡 보도를 했는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다. 그게 토론이고, 그게 민주주의의 꽃이다. 하루에 안 되면 이틀, 이틀에 안 되면 사흘에 걸쳐서라도 청문회를 해야 한다. 거기서 건강하게 묻고, 진실되게 답해야 한다. 막 소리 지르고 호통치는 게 청문회가 아니다.”

 월주 스님은 “그런 걸 모두 거친 뒤에 낙마하면 낙마하는 거고, 통과하면 통과하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문창극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짚어보는 중요한 시험대다. 이 문제를 성숙한 자세로 풀 때 결국 우리 사회가 성숙한다”고 지적했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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