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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내달 한국 오면 … 한·중 ‘더 긴밀한 동반자’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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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월 3일 한국을 방문한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취임 이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의 방한에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북핵 문제와 한·중 FTA 등 여러 사안이 있겠지만 한·중 양자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초는 시진핑 방한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을 찾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제공했다. 그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새로운 지역 및 국제정세의 심각한 변화에 따라 우리는 한국을 더욱 긴밀한 협력동반자로 선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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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협력동반자보다 높은 단계로

 한·중 관계는 현재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표현된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합의한 결과다. 왕이의 말에는 이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왕이는 외교관답지 않게 직설적이다. 에둘러 가지 않는다.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한 왕이의 말에선 중국의 결심마저 느껴진다.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한국과 어떤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것일까.

 우선 중국의 ‘동반자(<4F19>伴·partnership)’ 외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동반자 개념을 내세우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소련이 무너지며 냉전체제가 종식되자 중국은 두 가지 판단을 하게 됐다. 하나는 대규모 군사위협은 없을 것이란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 같은 새로운 상황을 맞아 중국 안보의 비중을 ‘전통적 안보(생존)’에서 ‘비전통적 안보(안정+번영)’ 영역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편을 가르는 동맹 대신 모든 국가와의 협력을 꾀하는 동반자 관계를 양자 외교의 틀로 삼기 시작했다. 동반자 관계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상대방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이견(異見)은 제쳐두고 의견이 맞는 부분부터 협력한다. 특정한 제 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상적을 상정하는 동맹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또 동맹이 체결 당사국 간 의무를 지우는 것과 같은 구속력이 있는 데 반해 동반자 관계에선 그런 의무가 없다. 그 때문에 동반자 관계는 그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현재 중국과의 외교 관계는 흔히 단순 수교→선린우호 관계→동반자 관계→전통적 우호협력 관계의 순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동반자 앞에는 협력적·전면적·전략적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중국의 현란한 동반자 외교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2011년 현재 172개 수교국 가운데 54개 국가와 이런저런 이름의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MB 정부 때 중국의 북 감싸기로 삐걱

 한·중이 동반자 관계에 진입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다. 92년 수교한 뒤 김영삼 정권 때까지는 선린우호 관계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협력동반자 관계로 올라섰다. 이후 한·중은 한국에 새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동반자 관계를 마치 기계적으로 격상시켜온 측면이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는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됐다. 양국 경제협력을 확대하면서 정치 및 안보 관계도 개선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이때까지는 한국이 더 동반자 관계 심화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던 게 이명박(MB) 정부 들어 변화가 생겼다. 중국이 한국에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제안한 것이다. 한국이 친미(親美)로 기울 것을 우려해 보다 끈끈한 동반자 관계로 한국을 붙잡고 싶었던 중국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였다. 전략적 동반자의 함의는 세 가지 내용을 포괄한다. 양자 차원을 넘어 지역과 세계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경제와 문화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을 도모하며, 단기적 이슈 외에 중장기적인 의제까지 함께 상의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동안 한국은 미국으로 경사되고 중국은 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서 북한 감싸기 행태를 보이면서 한·중 사이엔 ‘이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냐’는 고성이 오갈 정도로 관계가 냉각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새로운 수식어를 붙이는 대신 기존의 관계를 내실화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결과 지난해 박 대통령 방중 때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로 표현하는 데 그쳤다.

중국, 최근 한국과의 연대에 더 적극적

 한데 이번 시진핑 방한을 앞두고 왕이가 ‘더욱 긴밀한 협력동반자’ 관계를 들고 나왔다. 뭐가 더 긴밀한 동반자라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왕이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윤 장관을 만난 이튿날인 27일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한·중 우호인사들을 초청해 리셉션을 열고 이를 설명했다. 크게 세 가지 내용이다.

 첫 번째는 한·중이 공동 발전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경제협력을 거론했다. 중국 중서부 지역에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진출해 줄 것을 주문하고 또 양국의 신흥산업이 협력해 강강(强强)연합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양국이 평화유지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평화는 주로 한반도 지역을 상정한다. 그는 북핵의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면서 남북한은 ‘뼈가 부러져도 힘줄은 연결되는(打斷骨頭連着筋)’ 동포가 아니냐고 말했다.

 세 번째는 아시아를 진흥시키는 동반자가 되자는 것이다.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중국이 지난달 상하이에서 개최한 ‘아시아 상호협력 및 신뢰구축 회의(CICA)’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역내 문제에서 미국을 배제하려는 중국의 노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왕이의 말에선 미국의 아시아 회귀,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 북한의 집요한 핵개발 등과 같은 급박한 정세 속에서 한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의지가 읽힌다. 이에 따라 한·중 사이엔 기존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앞에 ‘전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 마련이다. 한·중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시진핑 방한을 계기로 새로운 양자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이상할 것 없다. 과거보다 한 차원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향해 나아가려는 양국의 자세와 노력이 중요할 뿐이다.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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