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수입권을 따라"|일 종합상사들의 "공중전"전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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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김두겸 특파원】일본이 미국에서 항공기를 사들이며 뇌물을 주고 받은 「록히드」「그루먼」사건을 계기로 일본 종합상사들의 불꽃튀는 공중전의 내막이 하나 둘씩 버셔지고 있다.
연간 5천억 「엔」(약 1조2천5백억 원)규모인 일본 방위산업 시장은 「미쓰비시」(삼능)계가 전체의 30%정도를 장악, 소리 없이 살쪄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종합상사가 담당하고 있는 전투기 도입시장은 의혹과 수뢰·관권개입·자살행위 등으로 얽히고 설켜 승자의 영광도 결국은 상처투성이다.
종전 후 일본정부가 항공 자위대 전투력 증강을 위해 외국에서 도입 또는 도입키로 한 전투기는 59년의 F104(록히드사), 68년의 F4E「팬텀」기(더글러스사), 77년의 대잠수함 초계기 P3C (록히드사) 및 F15「이글」기 (더글러스사), 올해의 조기경보기 E2C(그루먼사) 등 5가지. 모두가 일본의 방위, 특히 하늘의 방위를 위해서는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기종들이다.
그러나 방공을 위한 전투기가 도입될 때마다 상사들간의 수입권 따기 경쟁은 공중전을 벌이듯 치열해진다.
일단 수입권을 따면 대당 10%꼴의 수수료도 먹지만 10여 년간 계속되는 부품 도입권도 갖게되어 가장 돈벌이가 잘되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공중전에 참가하는 장사들은 대체로「닛쇼· 이와이」(일상암정)· 「마루베니·이이다」 (환홍판전)·「이또쮸」(이등충) 등 3사.
지금까지의 전적은「닛쇼·이와이」가 3승,「마루베니·이이다」가 2승을 올렸고「이또쮸」는 두 번 참전했으나 2연패했다.
상사간의 공중전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작전은①항공부문에 정통한 작전참모가 진두지휘, 자기회사가 추천하는 전투기를 정부가 도입토록 추진하고 ②이를 위해 정부고관 등에게 막대한 공작금을 뿌린다는 것 등이다.
작전참모에 항공전문가를 앉히는 것은 방위청 설득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합상사는 물론 일반 방위산업 업체에서도 방위산업 담당자는 대체로 전직 방위성 고관들이 맡는 것이 관례이다.
최근 논란되고 있는 「그루먼」사건에선 정부고관에게 공작비가 전해졌는지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작비는 대체로 한건당 1백만 「달러」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쟁은 어쨌든 이겨야 한다」는 말처럼 일본 종합상사들의 공중전은 가히 죽음도 불사하는 실전 바로 그것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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