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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영화" 줄이어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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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화계에「리바이벌·붐」이 일고 있다. 현재 개봉중이거나 제작중인 영화는『맨발의 청춘』『로맨스·그례이』『백치 아다다』『아낌없이 주련다』등 5∼6편. 이밖에 몇몇 영화사가 더「리바이벌」을 기획하고 있어 편수는 더 늘어 날 전망이다.
이들 영화들은 모두 국산영화의 전성기로 꼽던 60년대에 제작,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문제작품 들이다.
갑자기 영화계에 불어닥친 흘러간 영화의「리바이벌·붐」은 최근 관객들의 취향과 폭이 크게 변화된 데다 이미 제작, 개봉된 영화가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내용도 건전해 흥행에 성공도 거두고「쿼터」도 얻을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노리고 있다.
추천영화에 대해 1대1 비율로 주는 외화수입「쿼터」는 영화사로서는 사활이 걸린 중요한 이권. 따라서 지난해의 추천영화가 대체로 문예 성향에 짙은 쪽으로 몰리자 국산영화의 제작 방향도 덩달아 그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외에도 영화계 일부에선 관객을 우롱하던 제작자들이 이제「관객의 수준과 눈」을 인식.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의가 표면에 드러나고 있는 현상이라고도 풀이하고 있다.
「리바이벌」영화의 내용이 대부분 전작의 기둥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시대감각에 맞게 많이 각색한 것이 특징이다. 『맨발의 청춘』은 64년도에 김기덕감독, 신성일·엄앵난씨 주연으로 제작됐었다.
고아 출신인 권투선수와 재벌 딸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제2회 청룡상 음악상을 수상(이봉작)했으며 청춘영화「붐」의 불씨구실을 한 영화였다.
새로 제작된 영화는 김수형감독에 이덕화·임예진양이 주연하고 있다. 『로맨스·그레이』는 63년도 작품. 신상옥감독에 김승호·최은희씨가 주연했었으며 김씨는 이 영화로 제10회「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치아다다』는 56년도 작품. 계용묵 원작소설을 이강천씨가 연출하그 나애심·장민호씨가 주연했었다.
한 벙어리 여인의 애정과 갈등을 그린 영화로 제4회「아시아」영화제에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됐었다.
새로 만드는 영화에선 김수형 감독에 장미희양이 주연으로 내정됐다.
『아낌없이 주련다』는 62년도 작품.
한운사 원작을 전현목씨가 연출하고 이민자·신성일·허장강씨가 출연했었다.
1·4후퇴 때 피난지 부산에서 미망인인「바」의「마담」과 20대 청년과의 순애를 그린 것. 새로 만드는 영화는 정인엽씨가 연출하고 김지미씨가 주연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이런「붐」속에「리바이벌」영화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전작의 성가만을 등에 업고 영화화했다고 해서 모두 성공을 거두리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원작의 문예적 향취를 살리지 못한다면 이들 영화는 한갓「멜러드라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치밀한 기획없이 단순히「저질영화 소리만 듣지 않게 만들면 된다」는 식의 제작자들의 안이한 태도라면 더욱 큰 문제다. 이밖에 「오리지널·시나리오」의 기피현상도 지적돼야 한다. 모험을 피하기 위해 원작소설 등을 영화화하는 안이한 태도는「오리지널·시나리오」를 더욱 위축시키는 곁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요컨대 흘러간 영화의「리바이벌·붐」은 일단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여야 마땅하겠지만 원작의 성가만을 믿고 졸속 제작하는 따위의 풍조는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 영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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