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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밤 9시까지 투항 설득 … 군 "최대한 생포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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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주민들이 총격전을 피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하고 있다. [고성=AP]

22일 오후 2시11분 160여 가구가 거주하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명파초교 근처에서 차에 타고 있던 기자의 귀에 “따다당” 하는 세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 추후 국방부가 “총기 난동을 부린 임모(22) 병장과 교전을 시작한 시간”이라고 밝힌 오후 2시23분보다 12분 이른 시간이었다. 차에서 내려 둘러보니 몇몇 주민이 집 옥상에 올라가 두리번거렸다. 주민 이산(53)씨는 “산 쪽에서 총소리가 난 것 같다”며 “이 마을에서 30여 년을 살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총소리를 듣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5분 뒤인 오후 2시16분 다시 10여 발의 총소리가 연속해 들렸다. 직후 군인 20여 명씩을 실은 군용트럭 6대가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쪽으로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오전 6시쯤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K-2 소총과 유탄발사기 등으로 무장한 채 마을에 들어와 매복했던 군인들 일부도 산 쪽으로 이동했다.

 하늘에서는 500MD 헬기 2대가 선회하며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투항하라”고 방송했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의 부모를 현장으로 데려가 직접 육성을 통해 계속 투항을 권유했다. 검은 군복을 입은 저격수가 저격총이 든 은색 철제 가방을 들고 산기슭 쪽으로 급히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후 3시30분쯤 또 한 차례 총소리가 들렸다. 오후 4시쯤에는 명파리 장석권(57) 이장이 “주민들은 신속하게 방으로 들어간 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방송했다.

 군 당국은 야간작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비해 대치현장 부근 명파리·배봉리·마달리·화곡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4개 마을 271가구 567명이 인근 대진초와 대진중고 체육관에 대피했다. 군 당국은 오후 9시쯤 임 병장의 부친을 통한 투항 권유를 중단했다. 주변을 겹겹이 포위했으나 특수부대를 투입해 야간작전을 펼치는 것은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피로가 몰려오고 극한 긴장이 풀리면 임 병장이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사살은 정말 최악의 경우”라며 “생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 장병 수술 후 회복=강릉 아산병원 김진엽 부원장은 “군 헬기와 구급차량으로 병원에 긴급 후송된 부상자 3명 가운데 2명은 수술을 받고 회복 중으로 대화가 가능하고 면회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쌍둥이 형제인 2명의 김모(22) 병장이다. 신모(20) 이병 역시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겼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국군 강릉병원에 있는 임모(22) 하사 역시 수술 후 회복 단계에 있다.

고성·강릉=이찬호·김윤호·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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