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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호메이니」독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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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란」 극좌파에 의한 주「테헤란」미국대사관 무장점령사건은 출범3일만에「바자르간」혁명정부의 불안을 단적으로 증명한 것이었다. 이것은 「호메이니」주도의 「이란」의 제2공화국수립에 강력한 견제새력이 있다는 것을 뜻함과 동시에 「이란」의 장래를 낙관할 수 없게하는 어두운 사건이었다.
미국으로서는「아프가니스탄」의「카불」 주재미국대사 「더브즈」의 피살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그 영향력의 퇴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앞으로 겪어야 할 시련을 예고해주는 사건이기도하다.
미대사관 습격사건 이전부더 무장민간인들의 무기반납을 여러차례 촉구해온 「호메이니」는 이를 계기로 다시 『좌파및 반 「이슬람」세력의 질서파괴행위』는 엄격히 다루겠다고 선언하면서 어제의 동지를 향해 강경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러나 「이란」 공산당「투데」가 대표하는 좌파세력은 『 「호메이니」의 승리 다음에는 민중의 봉기』가었을 것임을 공공연히 선언하고 이를 위해 국민의 무장을 거듭 강조하는가하면『회교지도자들은 정권을 인수할 능력이 없으므로 강력한 조직을 가진 「투데」등만이 정권인수가 가능하다』는 동의 말로「호메이니」 에 대한 간접적인 선전포고도 서슴지않고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번 미국대사관 점령사건은 「투데」의 행동개시로밖에 해석할수 없는 상황이다. 「투데」 는 1947년 「팔레비」의 공산당불법학조치 당시 당원 3천명으로 궤멸상태에 있었으나 지난1년간의 혼란을 틈타 어느새 당원8만명의 엄청난 세력으로 증강되었으며 소련의 간접적 지원과 지난12일 정권교체의 와중에서 당원1만여명이 공군이 넘겨준 무기로 무장한 엄청난 힘을 갖고있어「호메이니」에게는 존재가 되어있다.
그러나 「투데」만이 「흐메이니」가 극복해야할 어려운 대상인 것은 아니다. 반 「팔레비」「데모」 당시 「호메이니」의 깃발 아래 모였던 각종 반왕집단들이 『 「호메이니」의 1차적 승리』 이후 각파의 이해문재와 노선에 따라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각종 집단은 크게 「호메이니」를 중심으로하는 회교도의 종교적 집단과「산자비」박사로 대표되는 국민전선등 정치적 집단으로 나누어 볼수있다.
회교도들은 막바지에 와서 「호메이니」를 옹립하는 급진회교도들과「이란」「시아」파 회교 최고지도자인「샤리에트마다리」를 따르는 온건화교도들로 나누어지는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산자비」 박사 아래 모였던 30여개의 정치적 집단 역시 그들 나름대로의 노선이나 목표가 다르게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다 노동자·지식인·「바자」상인등 「호메이니」에 희망을 걸고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집단까지 합하면 그갈래는 더욱 엄청나게 많다.
온건회교도들은 「이란」이 신정부등장이후에도 폭동이 계속되고있는것은 「호메이니」가 정권인수 전열을 다갖추지도 못한채 서둘러 귀국함으로써 「바크티아르」정권이 정권인계의 기틀을 마련할수있는 시간마저 뺏었기때문이라고 비판하고있다.
이같은 비판은 현재의 무질서상태를 감안한다면 「호메이니」는 「상징」으로는 「성자」로까지 추앙되고있으나 실제로는 『정권장악에 안달이 났던 노인』에 불과했다는 해석을 낳게한다.
「산자비」 역시 「이슬람」 공화국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었던 인물이었음을 전제로 할때 「호메이니」가 그를 혁명정부의 외상으로 입각시킨것은 반대세력을 의식한 최소한의 정치적 배려로 풀이된다.
또 계속되는 「이란」 국내의 무질서 상태는 「호메이니」가 「이란」군부를 치안유지에 동원할 수 없는「힘의 한계」때문인것으로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호메이니」가 군인들에게 무기를 맡겨 폭동을 진압할 수 있을만큼 군부를 믿지 못하거나 거꾸로 군부의 지지를 확실하게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것은 「이란」의 경찰조직마저 와해된 상황에서 그가 군부의 중립을 계속주장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짐작된다.
이같은 무질서는 당연히 경제적 혼란마저 악화시켜 「호메이니」는「이란」 경제의 조속한 회복에 성공하지 못할경우 반 「팔레비」 「데모」 시 받던 국민의 열광을 쉽게 상실할 위험마저 안고있다.
「이란」의 소비자물가는 최근 3개월동안 최저 50%에서 3백%까지 치솟아 「인플레」를 두려위하는 국민들이 은행예금읕 무더기로 인출해가고 있어 「테헤란」의 국영「멜리」 은행등 주요은행이 지불준비금부족으로 파산상태에 있고 각기업체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있다.
또 계속된 노동자들의 파업과 의국인 기술자들의 철수로 일산 6백만 「배럴」 의 산유능력이 1일1백만「배럴」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어 「이란」 외화수입의 87%를 차지하던 석유수출마저 중단됨으로써 국가재정마저 어려운 형편이다.
이같은 산유량 감소및 경제적파탄이 회복되자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슬람」교는 기독교와 같은 종교개혁의 역사적 배경이 없어 현대의 세계정세의 변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종교적 한계」 마저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중첩한 난제를 짧은 시일안에 해결의 길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에 「호메이니」는 「투데」 등의 본격적인 공격을 쉽게 막아내지 못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투데」의 집권은 즉각적인 군부의 「쿠데타」를 불러일으킬것이라는 예측으로 「호메이니」 혁명정부―「투데」공산정권―「이란」군부 「쿠데타」라는 공식을 성급하게 내놓는 사람도 적지않다. <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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