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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감정 데이터 쌓인 서버가 뇌의 변연계 역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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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14면

1999년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로봇이 있었다. 일본 소니(SONY)가 개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사진)’다. 당시 아이보는 ‘감정 있는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다. 살아 있는 강아지처럼 턱과 가슴을 쓰다듬어주면 여기 달린 센서가 반응해 꼬리를 흔든다. 한 마리 250만원짜리던 이 로봇 강아지는 지금도 100만원을 호가한다. 15년이 지나도 인식 기술은 ‘센서 이용’ 패러다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바로 인식이다.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후두엽과 청각을 관할하는 측두엽을 모방한 것이다. 특히 시각 정보를 받아들여 물체를 인지하는 기술만큼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로봇의 가장 기반이 되는 부분이다. 주차장 입구에서 단말기가 차량 번호를 인식하는 것도 후두엽의 기능과 같다.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s)라고 불리는 ‘모사 세포’는 인식 다음 단계다. 시각 정보를 내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이 세포의 할 일이다. 이 기능이 있어야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는 기반이 마련된다.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로 상대방의 행동을 보내 기분을 파악하도록 하는 게 이 세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사람을 보고 따라 하는 모습은 이미 많은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변연계 역할은 그동안 쌓인 데이터 서버와도 비슷하다. 전두엽에서 활동과 시각 및 인식 정보를 모두 저장하고 있다면 변연계는 감정을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페퍼의 경우 감정들을 모아 클라우드(Cloud)에 전송하도록 설계돼 있다. 거울신경세포가 가지고 온 정보 가운데 클라우드에 모여있는 감각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재빠르게 모아 감정을 만들어야 로봇도 ‘공감’을 할 수 있다.

상대방의 표정에서 아래 입술을 앞으로 삐죽 내미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따라 한 다음 ‘불평, 불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를 인지하고 따라 한 뒤 공감까지 했다면 이후 변연계의 명령에 따라 행동을 한다. 인공지능 시스템도 이런 체계를 따르는 셈이다. 이처럼 심적 과정은 계산을 통한다는 마음의 계산이론은 노엄 촘스키를 비롯해 스티븐 핑커 등에 이르기까지 인지과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지언어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제리 포더는 “우리의 마음이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들, 정작 우리가 마음속에서 어떤 모듈을 활성화시킬지를 판단하는 방법이나 기준은 밝혀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즉 우리 스스로도 감정을 골라낼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무엇을 쓸지 골라야 하는데, 정작 골라낼 수 있는 기준이나 방법 체계에 대해선 답이 나온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처리능력을 논하기에 앞서 ‘인간지능’에서도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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