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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페굴리'가 볼 잡으면 … 그때가 기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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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리는 알제리와의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은 화끈한 공격축구의 향연이 기대되는 경기다. 벨기에와의 첫 경기를 패한 알제리도, 러시아와 승점 1점씩 나눠 가진 한국도 승리가 절실하다. 공격에 무게중심을 실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기일수록 골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수비부터 탄탄하게 준비하는 팀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러시아전에서 한국은 안정적인 수비 조직력을 보여줬지만 역습 과정에서 상대 진영으로 밀고 올라가는 속도가 느렸다.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역습 도중 볼을 빼앗겨 역공을 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더 과감히 밀어붙이지 못한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이럴 땐 특정 상황에 따른 패턴 플레이를 미리 정해놓는 게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오른쪽 날개 공격수 이청용(26·볼턴)이 중원으로 좁혀 들어왔을 때 빈 공간을 누가 어떻게 메울지, 윤석영(25·퀸스파크 레인저스)·이용(28·울산) 등 측면 수비수들이 오버래핑을 시도한 직후 주변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등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

 알제리전 선발 멤버는 러시아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조직력 면에서 가장 잘 맞춰진 조합이기 때문이다.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29·아스널)은 첫 경기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감각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경기 또한 후반 교체카드 활용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전 선제골의 주인공 이근호(29·상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충분히 준비하고 기다리면 백업 멤버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조만간 김신욱(26·울산·1m96㎝)의 경쟁력을 점검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반에 상대의 힘을 충분히 빼놓은 뒤 후반에 박주영과 이근호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상대 키 플레이어인 ‘알제리 지단’ 소피안 페굴리(25·발렌시아)가 볼을 잡는 순간이 이 경기의 승부처다. 페굴리가 가장 위협적인 선수인 건 맞지만 그가 볼을 잡을 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도 공격의 길이 활짝 열린다. 벨기에전에서 알제리 선수들은 역습 찬스에서 페굴리가 볼을 잡았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선수가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는 경향을 보였다. 플레이메이커의 패싱력을 믿은 결정이겠지만 만약 그 장면에서 우리가 페굴리의 볼을 빼앗을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역습 찬스를 잡을 수 있다. 앞서 알제리가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40분에 허용한 역전골도 페굴리가 볼을 빼앗긴 직후 상대의 속공에 당한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 ‘태클왕’ 한국영(24·가시와)이 멋진 태클로 페굴리의 볼을 빼앗아 역습으로 연결하는 장면을 기대하면 어떨까.

 한 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은 한국 축구가 유럽 등 힘을 앞세우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반면, 남미·아프리카 등 속도와 순발력을 앞세우는 나라들엔 여전히 약하다는 점이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이번 대회에서 몰락한 배경에는 스피드를 살려 톡톡 쏘는 스타일의 남미 축구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했던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역 시절에도 여러 차례 느꼈지만 아프리카 선수들은 순간 스피드가 워낙 뛰어나 경기 중 다음 상황을 미리 판단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좀처럼 막기가 어렵다. 앞서 가나와 치른 A매치 평가전(0-4 패)을 신중히 복기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알제리전에 대해 ‘꼭 이겨야 하는 승부’로 판단하는 모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경기에서 비겨도 16강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단 전제조건은 벨기에가 러시아와의 2차전을 승리할 경우다.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 지으면 우리와의 마지막 경기에는 16강전 상대가 되는 G조 상황까지 두루 감안해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16강전 대진은 물론 주축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 경고 관리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알제리를 잡는 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지만 승리에 대해 선수들이 지나친 부담감을 갖지는 말길 바란다. 진정한 강함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사진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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