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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지역통행허가제」로 러시아워 교통체증을 푼다 싱가포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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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창기 특파원】「싱가포르」는 근년에 와서 교통 소통에 혁명을 일으킨 나라다.
세계은행이 「싱가포르」의 교통정책이 실효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결론, 교통혼잡에 골치를 앓는 여러나라에 적극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아침 저녁 「러시아워」매도심지로 빠지는 교통량이 윤활유를 바른듯 원활히 소통되고 법규위반차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제도가 확립되고 국민들이 그만큼 교통질서를 생활화한 데 있다.
전체 도로길이는 1천2백km로 경부간의 3배에 해당하고 도로율은 전국토의 5%에 불과하지만 도심의 도로율은 2O%에 이르러 서울의 2배에 가깝다.
CBD (중앙업무지구·Central Busines District) 의 경우 모두가 일방도로이며 전국적으로는 60%가 일방도로.
게다가 대부분이 3차선이상의 도로여서 교통소통이 원활하다.
국가개발부의 공공사업국에서 12년간 수석기사로 근무했다는 인도계 「G·메논」씨는 일방도로가 왜 많으냐는 질문에 차량소통이 원활하고 통행인을 보호하는 데 잇점이 있다고 든다.
「싱가포르」의 교통제도가 성공을 기록한 것은 이 나라 자체가 세계최초로 「지역통행허가제」를 개발한 데서 비롯된다.
지난 75년 6월2일 교통혁명이 시작됐다.
이른바 ALS제(지역통행허가제·Area Licensing Scheme) 를 창안, 3년여 동안 실시한 결과 당초의 목적이 완전히 달성되었다.
「G·메논」씨는 다른 선진국에서 도입한 제도가 아니라면서 이웃 「콸라룸푸르」는 물론 「방콕」도 이 제도를 배울 뜻을 밝히고 있고 호주·「스웨덴」· 「브라질」· 「케냐」, 그리고 한국도 도입가능성을 타진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77년말 현재 자가용·관용차·「버스」· 「오토바이」· 화물 「트럭」· 삼륜차 등 차량이 총29만 여대.
서울의 l·5배이고 우리 나라 전체 차량 댓수에 거의 맞먹는 숫자다.
ALS는 전 「싱가포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서울중구보다도 작은 6백20ha의 CBD진입차량에 한해서만 해당된다.
「러시아워」 출근길에만 실시되고 시간은 아침 7시30분부터 10시15분까지 2시간45분.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이 제도가 실시되지 않는다.
이시간에 「제한구역」이란 표지가 붙은 CBD지역에 들어가는 「택시」는 승객이 운전사와 합쳐 4명이면 무료「패스」하나 그렇지 않으면「싱가포르」화 2「달러」(4백원) 짜리 진입허가 「패스」를 사서 정면유리에 부착하고 통과해야 한다.
자가용의 경우는 정원 (4명)이면 무료이나 4명 미만일 때는 8백원을 내고 「패스」를 사야하며 회사소유차량은 정원 때는 살 필요가 없지만 정원미달일 때는 자가용보다 배가 더 많은 1천6백원을 지불하고 「패스」 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군용차· 경찰차· 「앰뷸런스」, 그리고 「버스」·화물 「트럭」은 제외된다.
당국은 상습위반자의 편의를 도모하기위해(?) 월별진입 「패스」 제를 병행실시, 자가용은 1만6천원·회사소유차량은 3만2천원·「택시」는 8천원씩에 판매한다.
고위관직자나 외교관이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반드시 사야한다.
이 제도는 차량의 정원대로 승차시켜 최소의 차량으로 교통인구를 최대한 실어 나를 수 있다는 효과를 거둠과 동시에 쓸데없는 나들이를 억제한다는데 뜻이 있다.
아침 출근 길에 번호판에「Q」자가 붙은 회사차량은 거의 전부가 4명씩 타고있는 모습을 얼마든지 볼 수있다.
교통당국은 CBD구역근처에 16개「패스」판매소를 설치하고 26개「체크·포인트」에서 위반차량을 적발한다.
월간 「패스」판매로 국고수입은 1억1천만원, 연간 약12억원 가량을 벌어들인다.
진입 「패스」없이 몰래 들어가는 얌체도 없지 않아 하루 평균 5O번 정도가 적발된다는 얘기.
쉽게 위반차량을 적발하기 위해 월별로 다른 색깔의 「패스」를 발행한다.
「체크·포인트」마다 여순경이 배치돼 적발하는데 위반차량벌금은 어느 차고 일금 l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여순경이 적발을 위한 「노트」를 든 채 서서 「체크」하거나 아니면 「워키 토키」로 위반차량번호를 본부에 구두 보고하면 그만이다.
일일이 위반차량을 세워 딱지를 떼는 일이 없고 추호도 에누리가 없다. 따라서 돈을 받고 슬쩍 봐줄 수 없다.
교통당국은 위반차량소유주에게 2주후에 위반사실보고서를 발송, 벌금을 내게 한다.
CBD는 2백30만명의 「싱가포르」인구가운데 70%가 주거하고 있는 인구밀집지대.
ALS제 실시로 이 지역에 몰리는 전체 차량의 4O%가 줄어들었고 회사소유차와 자가용통행은 75%나 격감됐다.
예를 들어 이 제도 실시 전에는 하루 중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아침 8시에 가장 많아 8천2백대였으나 실시이후에는 「체크」시간 직후인 아침 10시30분이 6천9백대로 가장 많았고 7시30분에는 5천7백대로 나타났다.
도심과 「파야· 레바」 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일부구간인 「니콜·하이웨이」는 교통량이 「싱가포르」에서 최대로 몰리는 도로.
7차선인 「니콜· 하이웨이」는 출근길에는 외곽에서 들어오는 차량통행을 위해 5차선을 터놓고 저녁퇴근길에는 반대로 시내에서 밖으로 향하는 차량을 위해 5차선을 개방한다.
아침에 외곽행은 2차선만, 저녁에 도심지행에는 2차선만 허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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