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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호텔」 화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뉴」서울관광「호텔」화재 사건은 그 직접 원인이 투숙객의 부주의에서 빚어졌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건물주와 감독기관이 법정 소방설비의 점검을 소홀히 한데서 비롯된 타성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불이 난 문제의 「호텔」은 각 층에 소화전·화재경보기· 비상 「벨」·포말소화기 등을 갖추고 일부 고층 객실에는「스프링쿨러」 시설까지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법정방화·소화시설이 비교적 제대로 갖추어진 편이다.
그러나 정작 불이 났을 때는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들 시설이 화재의 초기 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는 바로 건물주와 감독기관이 다함께 방심하여 정작 필요할 때 작동할 수도 없는 방화·소화시설들을 눈가림식으로 해놓은 채 버려 두고 있었다고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건물주는 설마하는 생각으로 법에 정해진 의무의 이행을 적당히 얼버무리려 들고 당국은 당국대로 건물주의 무성의를 묵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고의 위험성은 전체적으로 구조화되는 것이다.
「호텔」을 비롯한 고층 「빌딩」에 불이 날 때마다 한바탕 떠들썩하다가도 얼마 안 가서 또 같은 유형의 화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모두 이 같은 적당주의 탓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방법을 비롯한 안전관계법규가 아무리 엄격하게 마련돼 있어도 법이나 제도자체가 사고를 막는 것은 아니다.
소방당국이 화재취약점의 점검을 게을리 하거나 점검을 하고도 언제나 「지적」으로만 그치고, 업자는 또 지적사항에 대한 보완조치 보다 돈이 적게 드는 벌금을 물겠다거나 관계 공무원을 적당히 무마해 넘겨보겠다는 식의 안이한 사고에 젖어있는 한 화재와 같은 재앙은 절대로 면할 수 없다.
안전한 사회를 이룩하는데는 「안전규칙」 보다 「안전의 관례화」 가 더욱 중요하다.
설사 환경과 시설이 완벽할만큼 안전하게 돼있다해도 그것을 관리하고 이용하는 사람의 습관적 생활 방식이 불안전하다면 아무리 훌륭한 최신 시설도 소용이 없다.
이렇게 볼 때 안전을 생활화하기 위한 국민 일반의 깊은 자각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호텔」 같은 접객업소는 다수의 사람이 출입하는데도 외관에 치우쳐 시설의 내화도가 상대적으로 허술해지기 쉬운 취약성을 갖는다.
여기다 투숙자들도 해이된 기분에 사로 잡혀 화기 사용 및 그 뒤처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호텔」과 같은 고층 건물의 건물주와 사용자는 소방법장의 의무규정을 솔선해서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도모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함께 소방당국도 소방시설이 미비하거나 관리상태가 불완전한 건물에 대한 철저한 정기점검과 감독을 실시하여 위반자에 대해서는 행정법상 대집행을 강행하는 등 적극적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이 같은 획기적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번 같은 「호텔」화재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반복돼온 대형화재의 예방이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뉴」 서울관광 「호텔」 화재사건을 계기로 대형화재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고 취약점을 제거함으로써 귀중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막는 슬기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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