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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여자배구의 최장신 선경 권인숙 선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코트」를 즐겨 찾는 많은 배구「팬」들은 권인숙을 불운의 「스타」라고 생각한다.
한국여자배구의 최장신(183cm·73kg) 권양은 23세라는 한참 나이에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빈혈이라는 몸안의 적과 선수를 키우지 앉는 주의의 환경때문이다.
지난해 초까지 한국배구, 특히 여자배구는 몇몇 사람의 피땀으로 성장을 거듭, 세계무대의 강호 대열에 서서 정상에의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그 꿈은 허상만을 남기면서 한계를 드러낸 채 벼랑에 서고 말았다.
12월의 「모스크바·올림픽」 예선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그 아픔은 치명상이 될지도 모른다. 중공과 북한을 함께 꺾어야하는(일본은 자동출전) 한국으로선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일의 대표선수가 될 「주니어」들을 키워내지 못한 대한배구협회의 현실에서 예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기성선수의 대폭교체가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여기서 작년12월 「아시아」경기대회의 남북대결을 지켜본 많은 「팬」들은 권양의 활약과 성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방콕」에서 단 한차례 주어진 기회를 권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자신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벗어내는 계기로 삼은 동시에 그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현듯 농구「볼」이 만지고 싶어지곤 해요. 그럴 때면 미친듯이 「블로킹」연습을 하지요.』74년 전 선경감독 구연묵씨에 의해 전주기전여고농구부에서 서울일신여상배구부로 옮겨 5년째 배구와 인연을 맺은 권양은 이제 배구의 대표선수답게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감독 할아버지(최용진 감독)의 따뜻한 배려로 이제 자신을 얻었으니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권양은 20일부터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소속「팀」인 선경을 우승으로 이끌어 발판을 마련하고 싶고, 또 신장과 체력을 살린 적역(적역)을 해봤으면 하는 표정이다.
최용진·이창호 감독의 지적대로 「블로킹」위치선택의 미숙과 공격 때의 자세불안정이 보완되면 병을 이겨낸 정신력과 「파워」로 불운의 「스타」라는 인상을 벗을 것 같다.
『결혼하기 전에 나의 온 정열을 쏟겠다』며 하루 8시간의 강훈을 거듭하고 있는 권양의 얼굴에서는 저녁햇살을 반사하는 땀방울이 흘렀다. <이종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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