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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의 의식구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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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직업과 수입>금년 l월 현재「미협」소속 회원수는 2천2백여명. 78년 한해동안 열린 전시회를 5백여회로 추산한다면 많은 숫자라고 보기 어렵지만 회원중 반수 이상은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설문조사에 응한 미술인은 78명이었다. 응답자의 활동기간은 10∼20년이 29명(37%)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20∼30년의 27명(35%), 30년 이상이 11명(14%), 6∼10년의 8명 (10%), l∼5년이 3명(4%)의 순서. 직업은 역시 대학교수가 가장 많아 23명(30%)이었고 그밖의 다른 직업이 모두 10% 안쪽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는데 직업을 갖지 않은 미술인이 23명(30%)으로서 연극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무직 미술인이 많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수입과 관련된 것. 미술활동에 의한 수입은 월 30∼50만원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4명(44%), 50만원 이성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6명(20%)으로 이를 합하면 64%나 되는데 10만원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0%가 넘는 문학·연극분야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 수입이 만족한가 하는 설문에 대해서도『불만이라』고 대답한 미술인은 29명(37%)으로 다른 분야의 절반도 안되는 낮은 비율이었고『만족한다』는 응답도 14명(18%)으로 다른분야에 비해 월등 높았다. 『그저 그렇다』는 응답은 35명(45%).
수입이 많은 만큼 예술활동에 할애하는 시간도 다른 분야보다 많아 하루평균 6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31명(40%) 3∼4시간이 28명(36%) 5∼6시간이 14명(18%) 등의 순서였다.
응답자의 가족들이 생각하는 미술관은『보람있다』가 64명(82%)으로 다른 분야보다 높았고『자녀들에게 미술을 권강하겠는가』의 설문에도 16명(21%)이 『권하겠다』고 응답, 음악을 제외한 다른 분야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 자신이『보람과 긍지를 느끼는가』에 대해서는 68명(87%)이 『느낀다』고 응답, 다른 분야와 비슷했다.

<수준과 발전도>국제적인 수준에 비춰본 우리나라의 미술수준은 『아직 멀었다』는 부정적 응답이 33명(42%)으로 가장 많았고『뒤지지않는다』는 응답은 18명(23%) 『곧 도달할 것이다』는 응답이 24명(31%).
그러나 지난날에 비교한 발전도에 대해서는『많이 발전해왔다』는 긍정적 응답이 31명 (40%)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비교적 발전해온 편』이라는 응답은 26명(33%), 『발전이 늦은 편』이라는 응답은 18명(23%)이었다.
「미협」회원은 2천2백여명이나 되지만 응답자중 36명(46%)이 미술인들의 수효가 아직 『적다』고 봤으며 『많다』는 응답은 14명(18%), 『적당하다』는 응답은 24명(31%) 이었다. 그런가하면「데뷔」관문도『좁다』는 응답이 35명(45%)으로 가장 많았고 『넓다』는 응답은 16명(21%), 『적당하다』는 응답은 24명(31%)이었다. 이것은 가령 국전이나 민전의 입선을「데뷔」로 간주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문예진흥정책>『당국의 예술에 대한 정책지원의 한 단계로서 바람직한가』하는 설문에 대해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60명(77%)이『더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으며 『바람직하다』는 2명(3%), 『예술의 독자성을 위해 지원을 않는 것이 좋다』는 15명(19%)이었다.
그런가 하면 문예진흥정책 기여도에 대해서도『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부정적 응답이 39명(50%)으로 가장 많았고 『크게 기여했다』는 6명(8%), 『다소 도움이 되었다』는 29명(37%)이었다. 이 설문에서 문학·연극·영화·연예·분야는『다소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미술·음악분야는『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 응답을 토대로 하면 예술에 대한 정책지원이 혜택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에 분야 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국미술의 문제>만나고 싶은 외국의 현존 미술인들 가운데는「헨리·무어」(영·조각가),「베르나르·뷔페」(불·화가),「마르크·샤갈」(불·화가),「앤드루·와이어즈」(미·화가) 등의 이름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다음은 응답자들이 말하는 한국미술의 문제.
▲정책지원은 특수층에 편중되지 말고 전체 미술인들에게 골골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돼야 한다.
▲지도층, 소위 기성대가들의 농간이 자주 눈에 띈다.
▲새로운 흐름이나 실험적 시도를 억누르려는 경향이 많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미술발전과 관계없는 파벌의식이 너무 심하다.
▲국전이나 민전이 늘 대하는 몇몇 심사위원·평론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느낌이다.
▲서구의 아류적 모방의 탈피가 시급하다.
▲해외 교류전에 순수한 신인도 참여케 해야 한다.
▲지방 미술인에 대한 적극적 배려를-.
▲정부관장 미술관의 관리들이 미술과 관계없는 사람들 뿐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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