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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자 가방이 가벼워지고 있다|갖고 오는 물건은 거의 사치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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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외여행자들의 가방이 가벼워지고 있다. 상용·해외취업·가족초청 등으로 외국나들이가 잦아지면서 나타난 새 현상. 다만 사오는 물품을 고급화하고 있고 종류도 세계적인 「패션·메이커」의 고급의류에서 약품·낚시도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외국여행자들의 「쇼핑」형태가 이같이 달라진 것은 여행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방문목적의 출국이 줄어들고 요즈음은 취업 및 상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을 통해 지난 한해동안 출국한 내국인수는 29만1천2백34명으로 10년 전인 68년의 5만4천3백24명보다 무려 5.3배가 늘어났다.
이들의 출국목적도 취업목적이 모두 10만5백80명으로 전체의 34.5%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이민 20.8%, 상용 14.2%, 방문 17%, 관용 2.9%순서로 나타나 5,6년 전만 해도 방문이 출국자의 주류를 이루었고 10년 전의 공무원·외교관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과 대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자의 가방은 10년 전만 해도 10여개를 갖고 다닌 경우도 있었으나 4∼5년전부터는 4∼5개정도로 줄더니 요즘에는 옷가지가 든 소형 「밴」과 서류가방만을 직접 손에 들고 여객기를 탑승하는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해외여행자들이 주로 사오는 품목은 60년대엔 「코티」분이나 「빌로드」옷감이 고작이었던 것이 70년대에 들어서는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용품으로 바뀌었다가 2∼3년 전부터는 사치용품에 고가(고가) 고급품으로 다채로와졌다.
최근 해외여행자들의 「쇼핑」은 ▲사치성물품 ▲건강증진용약품 ▲중동취업자들의 기념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사치성물품은 「크러스티앙·디오르」「피에르·카르댕」「세르니」등의 세계적인 유명상표가 붙은 의류·「핸드백」·화장품과 「이탈리아」의 「구치」제품 등이 태반. 「넥타이」·혁대·「라이터」·안경·반지·구두까지 남녀 장식용구 등을 생산하는 이들 유명 「패션」제조회사의 제품들은 서울명동의 고급양품점이나 고급 「아파트」주부들 사이에 구입가보다 2∼5배로 비싸게 팔리나 사치풍조 때문인지 팔 물건이 없을 정도.
건강증진용 약품 사모으기는 건강문제가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한 「쇼핑·타입」. 「홍콩」의 「우황청심환」이나 심장약인 「편자환」등은 한국여행자의 「쇼핑」이 필수품처럼 됐고 녹용이나 해구신·「알부민」 등 보신제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녹용은 1인당 2냥 정도는 통관할 수 있어 불티나게 사들여 오고 있는 형편. 여행자들 중 일부는 아예 「홍콩」에서 녹용을 조제해 본인이 복용할 것이라는 증명을 해 보이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한동안 「붐」을 모았던 외제 가전제품은 국내에서의 양산으로 주춤해졌으나 이제는 「컬러」TV·고급 전축(「파이어니어」·「듀알」등)·VTR등으로 발전했고 시계도 「오메가」「롤렉스」에서 시가 4백만∼5백만원의 수제 순금제인 「마텍스」로, 「카메라」도 시가 1백만원 이상의 「라이카」「하셀브라드」 등으로 고급화됐다.

<이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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