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근로자의 사람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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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임금은 적더라도 사람 대접을 해달라』 -.
이것은 한국노총이 실시한 『비제조업분야 여성근로자 노동실태조사』에서 밝혀진 결론이다.
「앙케트」 응답자 5천3백52명가운데 42.84%가 이 요망을 월급보다앞세웠다. 그렇다고 이들의「일에 대한댓가」가 적정하고 만족할만 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루 평균 8시간내지 15시간씩 일하는 이들 여성 근로자들의 봉급은 77·74%가 4만원에서 10만원까지다. 이 중간선이라 할 액수를 6만l천원 내지 7만원으로 잡을 때, 이월급 가지고 가계에 보태주랴, 혼수감준비하랴, 자기 용든 쓰랴 하다보면 숨깨나 가쁠 것이다.
그뿐인가, 여성근로자들은 남성근로자들 못지 않게 자기 할 몫은 다하는데도 봉급수준만은 뚝 떨어진다.
금융분야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무려 3만7천61원꼴이 된다는 것이 동「조사」의 주장이었다.
그런데도 42·84%라는 다수는「월급많은 직장」보다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직장」 이 더 아쉽다고 대답했으니, 이것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 것인가.
사람에겐 물론 돈도 필요하고 직위도 필요하며 보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그 보다 더 필요한것은「사람 대접을 받는 삶」이다.
사람이「품위있는 인격」으로서의 사람대접을 제대로 못받는채 밤낮 하대나 당하고 휘둘리기나 한다면 월급이 조금 많다해도 어떻게 하루인들 속 편히 살 수 있겠는가.
오늘날 만약 많은 여성근로자들이 그런 인격적「속상함」을 알게 모르게 감수한채 살고 있다면 이는 일종의 인권문제라 하겠다.
『여자니까』,『여자이기 때문에』,『여자인데 뭘」하는, 차별적 처우와 홀대분위기가 은연중 각 직장에 만연돼 있다.
책상을 닦고 찻잔을 나르고, 온갖귀찮은 잡무와 잔심부름을 도맡아하는 것이 사환만도 아닌 바로 여사무원이라면. 이것이 어찌 온당한 일이라 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여성 근로자의「자리」의 안정성이나 보직의 적정성이 튼튼히 보강돼 있는 것도 아니다.
결혼하면 으래 사표는 내야하는법, 여사무원의 「자리」는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괜찮은 것, 여사무원은 자질구레하고 잡스런 말단 일이나 시키는 것이지「큰일」을 맡길수는 없는 법, 하는 류의 생각이 통념화돼 있고 구조화돼 있기도 하다.
이것은 물론 심리적인 문제나 풍조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랜 전통과 관습의 탓이기도하고 사회적·제도적 부비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으로하여금 고도의 전략직종에 장기취업하기 어렵게 만드는「교육훈련의 결핍」과 사희적 편견이 있는 것이다. 무거운 가사노동에의 얽매임, 출산과육아의 어려움, 여성인역개발을 위한 전문기구의 미비함에도 또 하나의 큰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은 직장 자체의「건강함」을 위해서라도 여사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이 마음편하고 명랑한 기분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인간적 분위기와 인격존중 분위기부터 먼저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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