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승부 빨리 내려는 한·중 … 일본은 자기 색깔 강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1940년대 기타니 미노루(木谷實·1909~75) 선생의 도장(道場)이 일본 바둑을 크게 일으켰다.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1925~2009) 선생 같은 카리스마 큰 인물이 젊은 기사들의 기개를 키웠다. 2000년대 들어와 그런 연결고리가 끊겼다. 그런 고리로 ‘고고재팬(Go·碁·Japan)’을 생각한다.”

 일본 바둑 부흥을 외친 국가대표팀 ‘고고재팬’이 출범한 지 1년여. 제19회 LG배 세계대회 32강전이 열린 지난 9일 대회장인 강릉시 라카이 리조트에서 만난 야마시로 히로시(山城宏·56·9단·사진) 일본기원 부이사장이 밝힌 ‘고고재팬’의 의미다.

 지난해 중국은 6개 세계대회를 우승했다. 그에 반해 2000년 이후 일본의 세계대회 우승은 불과 5개. 이번 LG배 32강전에서도 일본 기사 4명은 모두 탈락했다. 최근 일본 바둑의 약세가 확인됐다. 하지만 일본은 오랜 전통을 지닌 바둑 강국이다.

 - 앞으로 무엇이 일본의 강점이 될까.

 “한국이나 중국은 결론을 빨리 내려고 하는 태도가 강하다. 승부 측면이 강하다. 심지어 답 없는 포석에서도 결론을 내려고 한다.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을 초점으로 하고 있다. 제한시간 내에 이기는 방법 말이다.”

 - 일본은 다른가.

 “그렇다. 예를 들면 포석에서 자기(自己) 구상이 강하다. 앞으로 장점이 될 것이다.”

 - 고고재팬도 그렇게 키우나.

 “위기감이 고고재팬의 시작이었다. 물론 미래를 보장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젊은 기사들의 개성을 믿고 있다. 각자의 개성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바둑 400년은 다채로운 기풍을 가진 기사들의 역사다. 4대 가문의 독자성과 경쟁이 바쿠후(幕府) 시대 풍요로운 바둑세계를 열었다. 그 전통은 여전히 살아있다.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맑은샘 초단의 말이 시사적이다.

 “일본은 사범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한국에선 이렇게 두면 안 되는 것도 허용하고 지켜봐 줍니다. 물론 당장의 승부에서는 일본이 불리하겠죠.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창의적 발상을 키울 수 있는 공부가 아쉽습니다. 책도 좀 읽히고 시야를 넓게 해줬으면 합니다.”

문용직 객원기자

◆야마시로 히로시=1958년 야마구치(山口)현 출생. 72년 입단. 2012년부터 일본기원 부이사장을 맡아 일본 바둑 부흥을 이끌고 있다. 92년 16기 기성전(棋聖戰) 도전 7국에서 반(半)집을 져 타이틀을 놓친 것을 기사생활에서 가장 아쉬운 일로 꼽는다.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