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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이 사는 법, 스토리텔링보다 스토리두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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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에너지음료 브랜드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에 소비자를 직접 참여시킨다. 지난해 7월 열린 ‘엑스-알프스’에 참가한 선수가 패러글라이딩으로 알프스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왼쪽 큰 사진). 탐즈는 최근 ‘하나 사면 하나 기증’을 신발에 이어 커피와 안경으로 넓혔다(오른쪽 위 사진). 유한킴벌리의 신혼부부 나무심기 캠페인(오른쪽 아래). [사진 각 업체]

오픈마켓 G마켓은 올 3월 ‘1.25 미라클마켓(www.125miraclemarket.co.kr)’을 열었다. 누구나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사진·글·그림 등의 디지털콘텐트를 판매 아이템으로 등록할 수 있다. 연세대 영문학과 서홍원 교수가 영문법 강의를 올린 것을 비롯해 성우 배한성씨가 녹음한 ‘모닝콜’ 음성 파일, 제주도민 이남진씨가 올린 제주맛집지도 등 재능기부 형태도 다양하다. 유명인 31건, 일반 소비자 184건의 재능기부 아이템이 올라와 있다. 한 건 내려받을 때마다 1.25달러(1250원)가 결제돼 아프리카 말라위의 굶주린 이웃에게 식량이 전달된다. 다운로드 건수가 1만6000건을 넘어섰다.

 코카콜라의 ‘해피니스 카메라’는 행복을 준다는 코카콜라의 일관된 스토리에 소비자 참여를 입힌 경우다. 빈 캔 뚜껑에 조그만 핀홀 카메라를 장착해 콜라를 마시고 난 순간을 촬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소비자들이 뽑혀 콜라 캔으로 찍은 사진을 코카콜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디지털카메라나 폰카처럼 편하거나 고화질은 아니지만, 내가 마신 콜라캔이 그 순간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로 바뀐다는 점을 소비자가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서 스토리두잉(storydoing) 시대로 바뀌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최근 몇 년간 광고와 마케팅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뒤에 숨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해 매출을 늘리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최근 부각되고 있는 스토리두잉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소비자가 실행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업과 제품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코컬렉티브의 타이 몬태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7월 주창한 개념이다. 몬태규는 유명 글로벌 기업을 6개 스토리두잉 기업과 35개 스토리텔링 기업으로 나눠 실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스토리텔링 기업의 영업이익 성장률(2007~2011년)은 6.1%였던 반면, 스토리두잉 기업은 10.4%로 더 높았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어려운 이에게 기증한다는 스토리두잉으로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 탐스(Toms)는 최근 영역을 안경과 커피에까지 확장했다. 안경으로 15만 명의 시력을 찾는 데 도움을 줬다. 에너지드링크 브랜드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스토리두잉 화두로 삼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도보와 패러글라이딩만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모나코까지 1000㎞ 넘게 종주하는 대회도 열었다. 완주조차 힘든 대회지만 레이스 장면 장면을 동영상으로 SNS에서 중계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기업들도 스토리두잉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게임업체 넥슨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게임 속 가상공간을 현실에 그대로 옮겨놓고 체험하는 ‘넥슨 아레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은 ‘동물 복지’를 소비자와 교감하는 접점으로 삼는다. 임직원과 소비자가 함께 봉사단을 만들어 환경정화 흙공을 오염된 하천에 던져 넣고, 야생동물이 먹을 먹이를 산속에 푸는 등의 활동을 한다.

 김찬석 청주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성공적인 스토리두잉을 하려면 기업의 주력제품과 어울리면서도 상업적 목적을 뛰어넘는 스토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이 스토리에 직접 참여하고 교감하게 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제일기획 DnA센터 김미경 박사는 “기업들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스토리두잉=글로벌 마케팅계의 거물로 2010년 브랜드·마케팅회사 ‘코:컬렉티브(Co:collectiove)’를 창업한 타이 몬태규(Ty Montague)가 창안. 스토리텔링은 기업이나 제품과 연관된 스토리를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인 반면, 스토리두잉은 그 스토리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광고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제품개발·임직원 보상·파트너십 체결 등 경영 전반이 회사의 스토리와 연결돼 있는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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