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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중앙문예」시 당선작|안개 손종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것은
동찰의 거울에 번지는 피.
그대 등 뒤로 퉁겨 오르는
허망의 파도다.
녹슨 우리의 살을 뚫고
흔들리는
이것은,
새로 한 시쯤의 눈물이었다가,
데살로니카전서 5장 3절의
젖은 아픔이었다가,
새벽녘이면 뒷 울안
장미의 발등에 차가운 입술을 비빈다.
불가해의 꽂이여.
아득하므로 너의 얼굴은 잔혹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흐릿한 창에 이마를 대면
무엇일까, 지느러미를 흔들며 흔들며
홀연 목숨의 맨 안쪽을 깨무는
찬란한 향기.
손 저으면
마악 밑뿌리를 흔들며 가는
바람 한 자락이여,
빚을 닮은 커다란 손 하나가
또 다시 서녘 한 페이지를 넘길 때 말하라,
우리의 혼돈이
얼마나 건강한 눈물을 키워 왔느가를.
이것은
동찰의 거울에 번지는 피.
그대 등 뒤로 퉁겨 오르는 허망의 파도다.
빙원의 기슭에서 밀려와
영원의 기슭으로 멀어지는
소리
(주·「데살로니카」전서=신약성서중의 한편.
역주「바울」이「데살로니카」교회에 보낸 첫 서신으로서 서기 50년께「고린도」에서 썼다고 함. 5장으로 되어 있는데 신주의 신앙생활과 주의 재림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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