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악>세계정상 줄이어 내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제적인 수준의 세종문화회관이 개관되고 세계 정상급 악단과 연주자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3개월간에 설치. 개관기념 예술제가 열렸던 것은 78년 음악계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질적인 빈곤상태를 면치 못하는 창작음악, 선별의 여지없이 무대에 오르는 한국 춤과 무용의 전통성 및 예술성을 가리는 작업등은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새해의 숙제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지난 4월21일 헌당교성곡 『용비어천가』를 대강당 무대에 올림으로써 막을 올린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 예술제를 개기로 세계 15개국 3천2백여명의 외국 예술가가 한국을 다녀갔다.
거장 「유진·오먼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를 비롯하여 「뉴욕·필」, 일본 NHK 교향악단, 「이탈리아」의 「파르마·오페라」단, 영국의 「로열·발레」단이 내한 공연을 가짐으로써 세계 정상의 예술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했다.
이러한 외국 연주자 외에도 금년엔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많은 한국 음악가들이 귀국 연주회를 가졌다. 세종 회관 개관 예술제와 제3회 대한민국 음악제(9월)를 통해 선보인 재외한국 음악가중에는 지휘자 곽승씨, 금난새씨, 「소프라노」 이성숙씨, 「메조· 소프라노」 김신자씨 등이 있고 특히 인재난을 겪고 있는 「오페라」연출 부문에서의 신경욱씨(『든·조반너』 연출), 조성호씨(『박쥐』 조연출), 백의현씨 (『심청전』 연출) 등은 기대할 만한 신인으로 꼽힌다. 평론가 박용구씨는『그들 훌륭한 인간자원을 폭넓게 국내악단에 유치시켜 활용하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해부터 1백%이상 대폭 오르게 될 국가기관 소속 무대 예술인들의 봉급 인상을 『금년 음악계의 가장 큰 수확이고 예술인을 위한 건국이래 최대의 쾌거』라고 이성삼 교수 (경희대·음악평론)는 단정했다. 따라서 세종 회관 개관 예술제 등을 통해 높아진 청중들의 수준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할 음악인의 책임과 의무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게 음악계의 중론이다.
창작 음악의 부진으로 인한 「레퍼터리」의 빈곤, 10년 전과 공연 내용의 질이 크게 달라진바 없다는 비판 속에서도 우리 가곡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이 고정관객을 확보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편 최근 70년대에 들어와 「우리 것에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이 발굴되어 무대에 올려지는 춤과 무용공연이 가장 빈번했던 것이 금년이었다. 탈춤·남사당춤·병신춤·씻김굿·허튼춤 등이 전통 무용이라는 이름 하에 무대에 올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이 예술성을 지닌 전통 무용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언젠가는 정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황병기 교수(이대·국악)는 밝혔다. 지난해 제정된 대한민국 작곡 상은 올해 대통령상 수상작(국악부문 이상규 작 『대바람 소리』)을 내기는 했지만 창작 음악계의 질적 빈곤은 여전하다는 것이 백병동 교수 (서울대·작곡)의 얘기다.
『특히 양악 작품에 전통적인 한국인의 혼이 스며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국악의 기법이 양악화해 가는 것은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박금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