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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신드롬…튀는 패션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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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머리 염색약 업체인 웰라코리아 측은 지난달 판매 현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붉은색 염색약인 '레드스페셜' 매출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당초 이 상품은 연예인 등 일부 튀는 사람용으로 개발해 소량만 생산하고 큰 매출을 기대하지 않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면서 효자 상품이 됐다.

회사 측은 다른 색 제품은 매출이 시원찮아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지만 레드스페셜은 되레 20%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윤 웰라코리아 상무는 "이같은 상품별 매출 변동은 올 초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불황 등에 따른 소비심리 변화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의류.침구.술.식음료.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붉은색 계통의 튀는 색깔의 의류 상품이 잘 나가는가 하면, 단맛이 나는 술과 식음료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불황 신드롬'이라고 했다. 태평양 소비자연구소의 박수경 소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남보다 튀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며 "여자들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화장을 짙게 하는 것도 화려함을 통해 심리적 공허감을 보상받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붉은색 계통의 튀는 상품 인기=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의 최근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붉은색 계통의 상품만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타이.스카프의 경우 그동안 붉은색은 너무 튄다는 이유로 잘 팔리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곽진국 세일즈 매니저는 "전통적으로 넥타이는 점잖은 색이 주류를 이뤄 지난해만도 붉은색은 별로 팔리지 않았다"며 "올 들어서는 넥타이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여성용 스카프도 붉은색 상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빨간색 등 화사한 저가 립스틱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더 팔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또 스타킹도 꽃무늬 등 파격적인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비비안의 경우 이같은 스타킹을 지난달 11만개나 팔았다.

◆술.식음료 시장에는 단맛 돌풍=롯데.해태.동양.크라운제과 등 4개 회사는 최근 두달새 초콜릿을 총 5백90억원어치나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나 증가한 것이다. 롯데제과 최경인 과장은 "경기가 나빠지면 미각에 만족을 주는 단맛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술 중에서도 단맛이 강한 술이 인기다. 와인 수입업체인 아영와인은 올 들어 단맛이 강한 '빌라무스카델'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김석우 마케팅팀장은 "이 상품은 값이 싸고 특별한 안주 없이도 마실 수 있는 단맛이 있어 불황기에 많이 팔리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불황에 따른 시장 변화로 ▶수입쇠고기.리필용 세제 등 대체 품목의 판매가 늘고▶의류수선점이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깊어 세일도 부진=이달초 봄 정기세일을 시작한 백화점들은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2% 이상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세일 상품의 매출은 20% 이상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박혜민.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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