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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5백억 불 노린 서방 「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억 인민에 1조원의 시장-. 1조원이라면 우리 돈으로 2백75조원이고 미화로는 5천5백억 「달러」의 규모이다. 85년까지 중공이 현대화를 위해 투자하기로 되어 있는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시장이 서방 선진국에 이제 막 개방됐다.「오일·쇼크」이후 구조적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선진국들에 이 같은「중공 특수」는 일본인들의 표현을 빈다면 경기 침체를 타개해 줄 「가미가제」로 등장한 셈이다. 미-중공이 수교를 예상보다 빨리 하게 된 배경에도 중공으로선 이 현대화 계획에 미국을 끌어들여 일본과 서구에 경쟁시킴으로써 보다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 싶었고 미국으로서도「닉슨」전 미 대통령의 북경 방문의 과실을 일본과 서구에 온통 빼앗길 수 없다는 등의 상호 이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공 수교로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중공 시장 쟁탈전의 내막에 관해 중공의 수용 태세에 따른 선진국의 각축 현황과 그를 뒷받침할 중공의 여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허실을 분석해 본다.
「닉슨」의 북경 방문이후 흥분으로만 그쳤던 북경의 신기루가 바야흐로 현실화하고 있다. 중공 특수는 의상「디자인」에서부터 제직 공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에 엄청난 규모를 의미한다.
중공 부수상 이선념은 중공이 4가지(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현대화」를 위해 85년까지 1조원의 투자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 중공이 외국에서 적어도 1천억「달러」의 기술이나「플랜트」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현재 세계적으로 설비 투자가 정체 국면에 빠진 것을 고려한다면「황금의 노다지」판이 서방 세계에 굴러 온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우선 중공의 산업 혁명계획을 개괄해 보면 중공은 85년까지 대형 발전소 30개, 제철기지 10개, 유전개발 10개, 신간선 도로 6개, 석탄기지 8개 등 1백20개 대형「프로젝트」건설을 중핵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중공은 이 같은 사업을 수행할 기술이나 자본 중 그 어느 것도 충분치 않다. 중공은 그래서 현대화를 위해 무역의 적극 활용, 기술도입 및 자본 도입 등 3가지 점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집행 중이다.
중공은 금년에 일본과 8개년 장기 무역 협정을 체결한데 이어「유럽」공동체(EC)와「프랑스」등 서구 각 국과도 개별적으로 장기 무역 협정을 맺어 낙후한 기술과 부족한 자본을 매울 청사진을 마련했다.
지금까지의 중공「러시」에서 고지를 선정한 것은 중공 부수상 등소평의 말처럼 중공과 일의 대수 관계에 있는 일본이다. 일본은 협정에 따라 앞으로 8년 간 왕복 2백억「달러」의 무역을 확보한대 이어 지난 10월 방일중의 등으로부터 2, 3배 이상 무역 규모의 확대를 언질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은 82년까지 기술·「플랜트」부문에서 20억 내지 80억「달러」, 건축용 자재·기재 부문에서 20억 내지 30억「달러」를 조기 수출키로 되어 있다.
신 일본 제철이 20억「달러」이상의 규모인 상해보산 제철소(조강 6백만t 생산시설)의 수주에 성공하는 등 일본 재계는 중공 특수를 놓치지 않으려는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서독의 경우도 중공과 무역 협정의 교섭을 진행 중인데 이에 앞서 호북성에 건설될 압연 공장과 제철소 시설 자금 1백47억「달러」차관 공여를 위한 은행단이 결성된 형편이다.
「프랑스」도 11월에 1백20억「달러」규모의 장기 무역 협정을 맺었고 영국은「해리어」 전투기 2백대의 판매를 협상하고 있는 등 서구 각 국의 중공「러시」는 곳곳에 불붙고 있다.
"강력하고 안정된 중공은 미국의 이익"(「브레진스키」미 대통령 안보 담당 특별보좌관) 에 합치된다고 했던 미국도 국교 정상화의 여세를 몰아 중공과의 장기 무역 협정 체결을 서둘러 중공 특수에 돌진할 것은 의심할 나위 없다. 이미 국제 석유 재벌「엑슨」은 중공 석유 탐사 참여를 놓고 중공과 협상중이고「포드」자동차의 중공 상륙도 시간 문제라고 한다.
주목되는 점은 중공이 서구로부터는 군사 기술면에서의 협력을 주로 기대하고 있고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는 공업 근대화를 위한 기술과 시설 및 자본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중공이 바라는 기술과 시설의 도입이 서방 경제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본의 경우 경기 침체로 유휴 중인 제철·조선·「플랜트」제작업체의 가동으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가 GNP 2%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 진이니 북경 반점이 외국 정부 대표와 상사원들로 초만원을 이루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형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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