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합창도 노동이다"|「빈」소년합창단 발묶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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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빈」어린이합창단이 노래를 잃어 창단이래 가장 슬픈 「크리스머스」를 맞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를 순방하면서 꾀꼬리같은 노래를 선사해온「빈」합창단이 「어린이 보호법」에 묶여 더 이상 활기찬 공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오스트리아」 법원당국은 어린이의 노동을 중지시키고 있는 「어린이보호법」을 「빈」합창단에도 적용, 연말 및 연시공연이 모조리 취소되는 대혼란을 빚고있다.
우선 「빈」궁정음악 예배당에서 공연예정인 전후 7차의「크리스머스」 및 신년 「미사」, 그리고 「빈」「오페라」좌에서 열릴『토스카』 공연이 취소되었는가하면 내년도 「스케줄」도 대폭 줄여야하게 되었다. 당국으로선 법의 적용이라지만 당사자들로 생살을 에는 아픔이 아닐수 없다. 여름방학도 없이 합창연습에 열중해온 어린 단원들은 이 급작스런 조치에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물론 어느 소년단원이 단식투쟁으로 이 조치를 반대했는가 하면 열렬한「팬」들은 「데모」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으로선 「어린이 보호법」이 있는 한음악가라 해서 예외일수가 없다는 단호한 견해. 「어린이 보호법」이 학교공부 이외의 여하한 노동도 금지하기 때문에 과로한 공연이나 연습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단원들과 「팬」들은 그동안 「데모」와 함께 수상실등 사회각계각층에 탄원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법앞에 예외가 없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냉정한 답변뿐. 더욱 『예술과 노동을 혼돈하지 말라』는 압력이 전 「유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데도 당국의 견해는 좀처럼 후퇴할 줄을 모른다.
「빈」합창단은 금년으로 창설 4백80년을 맞아 세계 예술단체중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단원자격은 10∼14세의 어린이들로 규모는 1백명. 그 가운데 25명으로 구성된 2개 합창단이 세계를 순방하며 「노래의 사절」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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