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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 폐업 잇달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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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낙농 진흥 구호에도 불구하고 생산비를 밑도는 원유가·인력난·노임 상승 등 악조건이 겹쳐 젖소의 도살·도매, 낙농가의 폐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유의 감산, 유제품의 공급 부족이 표면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사태를 방치하는 경우 또 한차례의 우유 파동을 겪거나 우유의 수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 우유 협동조합에 따르면 가중되는 낙농가의 경영난으로 산하 4천13개 목장 중 올 들어 3백6개 목장이 젖소를 처분, 폐업했으며 지난 9월말 현재 경기·서울지구에서만 3천여 마리가 도살돼 19월말까지 전국에서 도살된 젖소는 전체 사육 마리 수 12만4천 마리 (6월말)의 10%에 해당하는 1만2천 마리가 넘을 것으로 조합 측은 추계하고 있다.
폐업 낙농가의 속출로 젖소 값은 지난 6월의 성우 마리 당 1백30만원에서 95만원 수준으로, 송아지도 33만원에서 22만원으로 떨어졌으나 매입 희망자가 없어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젖소의 감소와 적자 경영으로 인한 관리 소홀로 원유 생산비는 지난 5월의 2만7천7백여t, 6월의 2만7천1백여t에서 예년 우유 생산이 늘어나는 8, 9, 10월에는 월 2만6천여t으로 줄었으며 10월, 11월 들어 수입 유우의 증가로 월 2만7천t으로 생산이 늘고 있으나 절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서울 우유 조합을 비롯, 한국 낙농 등 유제품 생산 업체들 대부분이 원유 부족으로 전지 분유·탈지 분유 등을 제대로 생산 못해 해태·「롯데」·동양 등 제과 업체나 서주·합동 등 유산균 발효유 업체와 같은 대량 수요처의 주문을 30% 내외 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중 제품 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이런 사태를 빚고 있는 원인은 목부의 부족으로 노임이 작년의 월 4만∼5만원에서 11만∼12만원으로 2배 이상이 올랐고 지난 가뭄으로 사료 값도 관 당 1백10원에서 1백95원으로 80% 가까이 오르는 등 경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반면 원유 값은 kg당 1백67원으로 묶여 있어 적자 경영을 강요하기 때문으로 설명되고 있다.
서울 우유 협동조합은 원유 생산비가 kg당 2백14원으로 낙농가가 kg당 47원, 젖소 마리 당 월 2만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낙농업계의 실정을 감안, 원유가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농수산부가 40%를 인상한 kg당 2백35원을 주장하는데 반해 경제기획원은 물가 파급 영향을 고려, 20%인상한 2백원 선을 고집하고 있어 결말을 못 보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우유 제품의 국제시세가 국내 가격의 절반 수준인 점을 들어 원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한편으로 부족 우유 제품의 수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원유가 결정은 우리 나라 낙농업이 자급 체제를 유지하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원유 값은 「뉴질랜드」가 kg당 50원, 미국이 1백10원, 일본이 2백65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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