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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를 이웃사촌모임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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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잇따른 「아파트」 어린이 살해사건에 자극 받아 「이웃 없는 도시생활」에 대한 반성이 높다. 비록 관의 주도로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2년 반 째 계속돼 온 반상회를 이러한 방향에서 새롭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대책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아파트」촌의 주부들 사이에서 반상회를 「이웃을 찾는 모임」으로 다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반상회는 너무 형식에만 그친 것 같다. 처음에는 그나마 생활의 불편을 관에 건의하면 해결될 줄 알고 모두 적극적으로 참가했으나 한번도 건의사항이 해결된 것이 없어 해봤자 별 것 아니라는 생각들이다.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아파트」주부 이능자씨 (서울관악구신반포왕공 「아파트」216동)는 요듬 많은 주부들이 반상회가 건의사항이 해결 안돼 불만이라고 말했다.
내무부당국자는 『현재 반상회에서 나오는 건의사항은 70%가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주부들은 『동회에 제출한 건의사항이 제대로 회답이 온 적이 없다』(주부 이정임씨의 말)고 호소하고있다.
매달 25일 저녁에 열리는 반상회는 대개 1시간∼2시간 경도. 도시에서는 주로 주부들이 참가하고 지방의 경우 남성들이 많이 모인다. 동회에서 나누어주는 회보를 받아 읽고 각자의 의견을 말해 회의결과로 묶어 보고한다.
주로 건의사항이 논의되는데 이웃 앞 건너가는 길을 옮겨 달라. 상·하수도문제, 「아파트」에서는 벌레소탕문제 등 등 대부분 생활의 불편을 해결해 달라는 것들이다.
그리고 명절 때 불우 이웃을 돕자는 등의 운동을 벌이는데 결국 이들 건의사항이 제대로 반응을 못 얻어 「형식적」이 돼간다고 주부들은 걱정한다.
점점 참석자들이 줄어들어 벌금제로 출석을 독려하는 곳까지 생겼다. 또 가정부나 어린이들을 대신 내보내는 가정도 생겨 『유명무실한 모임』이라는 반성을 낳기도 한다.
어느 주부는『반상회가 간혹 아낙네들의 투기 정보교환 장소로 돼 가는 느낌』이라고 불평했다. 때로는 그냥 모여 잡담으로 끝내고 반장이 적당히 보고사항을 꾸미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롭게 실속을 찾는 모임은 어떤 것일까? 주부 이정임씨(서울관악구사당1동20통3반) 는 이웃 지하철공사장에서 진동이 나자 반상회에서 방송에 내기로 결의, 주부시간에 이것이 나가자 지하철분부에서 해명 「팀」이 직접 반상회에 나왔다고 그 성과를 설명한다. 이씨는 또 「이웃」을 찾는 길로서 반상회를 새로 이사온 집에서 열어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한 달에 한번이라도 이웃끼리 모이니까 훨씬 다정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힘을 합해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친해지는 방법입니다. 』주부 이경자씨(서울 한강 「맨션·아파트」)는 김장철에 돌려가며 일손을 도와준다거나 연말·연시불우 이웃을 위해 함께 「바자」를 연다거나 병원방문에 나서는 등 같이 움직이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이웃을 알고, 동네의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더 나아가 이 반상회가 이웃끼리 즐거움을 함께 하고 서로 도움을 주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것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면서 그러나 그 어려운 문제들의 해결에는 한층 당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부들의 바람이다. 『성과가 있어야 참가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바람이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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