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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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l950년대 후반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유럽」 각국의 「한국연구」는 이제 일부대학에서 한국학박사가 배출되는 등 본격적인 학문으로서의 연구 기틀을 정립했다. 지난해 3월「유럽」의 한국학회 창립과 함께 「유럽」전역에 조성된 한국학연구의 움직임은 「이탈리아」 「토리노」대학이 내년 신학년도부터 새로 한국학 강좌개설을 서두르는 등 대학으로 확산돼가고 있다. 어느 분야의 교류보다도 한국의 실상을 깊이 심고 있는「유럽」여러 나라의 한국학 연구현황과 전망, 문제점 등을 알아본다.
영국은 1953년부터 「런던」대학에 한국어와 한국문학 강좌를 개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대학의 한국학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영국의 한국학연구는 「런던」대 아아학부 극동학과의 「스킬렌드」교수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학사부터 박사학위 과정까지를 갖춘 독립학과로서의 한국학과가 있는 대학은 하나도 없다.
한국학 연구의 본산인 「런던」대학의 경우도 중국학이나 일본학은 전공 학위과정을 두고 있지만 한국학은 선택과목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두고 있을 뿐 전임교수도 「스킬렌드」박사 한 사람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국연구로 「런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영국인 학자는 언어학과 역사학에 각 1명뿐이며 석사는 『한용운의 작품과 생애』라는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존·크리스토퍼·홀러헌」씨가 있다.
「런던」대 극동학과의 한국학강좌는 모두 선택과목으로 대학의 「한국어」와 대학원과정의 「한국문학」 등 2개 과목뿐이다. 내년부터는 「한국경제」강좌를 신설. 경제학부의 「애시」교수가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한국학 수강생은 매년 평균 3, 4명 정도. 그러나 금년에는 한국어나 한국문학을 선택한 학생이 한사람도 없다.
「스킬렌드」교수는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학 선택 수강생이 없던 학기가 없었고 지난해만 해도 4명이나 됐었는데 갑자기 수강생이 한사람도 없어 당황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중국학·일본학을 비롯한 동양학전공 학생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스킬렌드」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졸업후의 취직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영국의 한국학연구는 「런던」대 외에 「더럼」대·「셰필드」대 등에서 교수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한국 고전음악·불교·일제식민사 등의 연구로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다.「케임브리지」대의 「피컨」교수, 「더럼」대의 「프로빈」·「프라트」교수 등이 최근 한국 고전음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헐」대의 「미켈」교수가 한국경제를, 「런던」대의 「베니트」교수가 한국어학을 연구하고있다.
현재 한국연구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고있는 학생은 『일제의 한국통치』를 연구중인「셰필트」대의 대학원생 2명과 『불교의 한국전래』를 연구중인 「에든버러」대 대학원생 1명이 있다. 이들 대학원생들은 작성중인 한국연구 논문을 복사해 「스킬렌드」교수에게 보내서 개인적인 지도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경제·사회학 분야의 한국연구는 남북한 관계 등 정치사정에 따른 국민들의 미묘한 반응 때문에 학자들의 관심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스킬렌드」교수는 『간혹 방송국에 나가 한국 관계 방송을 하고 나면 종종 문의나 항의편지가 날아든다』고 털어놨다 .내용은 주로 『왜 북한관계는 언급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일본문학으로 학위를 받은 「스킬렌드」박사는 69년 내한, 1년 동안 서울대 규장각에서 이조소설을 연구했고 지금까지 세 번 방한했다.
현재 영국의 한국학연구에 가장 절실히 요망되는 것은 한국역사를 가르칠 영국인 교수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런던」대학의 경우도 오래 전부터 한국사 강좌를 개설하려해도 전공교수가 없어 못하고있다.「스킬렌드」교수는『인문과학 중심인 한국학의 발전과 기틀을 위해서도 한국사 교수의 양성은 절대 필요하다. 한국정부가 중국사나 일본사 등을 전공하는 영국교수를 초빙해서 한국역사를 연구하고 돌아와 강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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