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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명·우리 재산 "스스로 지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파트」주민들의 방범의식에 비상이 걸렸다. 경비원과 현관 자물쇠만을 지나치게 믿고 「프라이버시」의 완전보장을 자랑하던 「아파트」입주자들은 최근 20여일 사이에 서울 두 곳의 「아파트」에서 집을 보던 어린이가 피살되는 등 참혹한 범죄가 잇따르자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자』며 방범대책을 세우느라 부산하다. 각 「아파트」단지에선 어머니회·노인회·반상회 등이 긴급 소집되고 있으며 관리사무소 측도 출입자의 통제와 경비 등 관리체제의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희양이 피살된 수정「아파트」주민들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반상회를 열어 수사에 적극 협조키로 하는 한편 자체 방범망을 조직하기로 결의했다.
주민들은 ▲갖가지 사고가 일어났을 때 비상연락이 가능토록 4∼6가구씩을 묶어 비상「벨」을 설치해 방범망을 갖추기로 했으며 ▲경비원에게 너무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조심하고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수상한 자를 보면 곧바로 신고하기 ▲도둑이 들면 물건을 가져가게 한 후 경찰에 신고, 인명피해를 줄일 것 ▲신문·우유·세탁물·각종 식품 등의 배달을 경비실까지로 제한, 경비원이 「인터폰」으로 연락해 주문자가 가져가도록 출입자를 통제하기로 결의했다.
또 관리사무소 측도 경비원의 정위치 근무를 강화하고 반상회결의에 따라 15일부터 모든 잡상인의 「아파트」출입을 금지시켰다.
A동 501호 가정주부 오진옥씨(30)는 이 같은 방범대책 외에 근본적으로 『이웃 상호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방범의 최상책』이라며 『다음 반상회에선 아이가 혼자 집을 보아야 할 경우 어른이 있는 이웃에서 함께 기다리며 집을 보아주게 하는 운동을 펴도록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향남 「아파트」주민들도 15일 하오 모임을 갖고 입주자들의 가정형편 때문에 관리비를 현수준 이상 더 거둘 수 없지만 매일 각 동(7개 동 2백50가구)에서 2명씩의 당번어머니를 뽑아 차례로 방범순찰을 하고 외출할 때는 서로 아이들을 보아주기로 결의했다.
입주자들은 이와 함께 관리사무소 측에 대해 현재 2개밖에 없는 방범초소를 몇 개 더 늘려주도록 요구했다.
아직 큰 사건이 나지 않은 다른 「아파트」주민들도 『언제 똑같은 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며 방범대책을 세우기에 바쁜 것은 마찬가지.
서울 강남구 잠실 고밀도「아파트」 514, 515동 주부들은 15일 하오 긴급모임을 갖고 주민들이 불편을 겪더라도 한사람뿐인 경비원이 출입자를 잘 감시할 수 있도록 「타워」형 「아파트」의 출입문 2개중 1개를 폐쇄하고 5∼6집 단위로 비상「벨」을 달기로 결정, 이를 25일 반상회를 통해 실시키로 했다.
또 주민들이 서로의 단절감을 없애고 얼굴을 익힐 수 있도록 매달 각 가구가 윤번제로 반장 일을 맡아보기로 했다.
특히 주민들은 파출소에 방범대원 19명이 있으나 순찰 등 방범활동이 미약, 경비원들에게 방범을 의지하고 있다고 지적, 주민들이 내는 방범비(3천9백가구가 월1백90만원)에 따라 방범대원을 늘려줄 것을 강동경찰서에 건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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