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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문제의 비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9학년도 대학입시 예비고사가 끝남에 따라 일선교사들과 응시자들의 관심은 또다시 예시출제의 정확한 내용과 정답을 분석 파악하는데 쏠리고 있다.
수험생을 가르치는 일선교사들로서는 출제경향을 제대로 파악하여야 올바른 입시지도대책을 세울 수 있고 응시자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문제를 검토하여 자신의 성적을 짐작해보고 싶은 초조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은 예시가 끝나도 득점점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합격자가 발표되는 12월말까지 밤잠을 제대로 못 자는 형편이다.
특히 이번 예비고사의 성적은 본고사에 반영되는 비율이 여느 해보다 훨씬 높아 수험생들의 관심도 그만큼 더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올해도 예시문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유출되는 경우 행위자는 합격이 취소되고 사직당국에 고발까지 하겠다고 벼르고있다.
물론 예시문제지의 비공개원칙을 고집하는 당국의 사정과 고충을 모르는바 아니다.
예비고사문제는 모두 객관식문제이므로 공개하게되면 학생들이 단답형 위주의 공부를 하게될 우려가 있고, 여기다 과거의 출제 「미스」파동을 고려할 때 문제지 공개로 물의를 빚을 소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선교사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당국의 비공개명분은 어불성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선 예시문제를 비공개로 한다고 해서 단답형 공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은 그 자체가 무리다. 단답형 공부를 막기 위해서는 시험문제 자체를 주관식으로 바꾸어야지 문제는 단답형으로 내면서 공부는 주관식으로 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출제 「미스」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럴수록 문제를 공개하여 수험생에게 억울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공개로 「미스」를 감추려든다는 것은 국가고시인 예비고사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문교당국은 오히려 문제 지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일선 고교 측이나 학생들로부터 정확한 반응을 듣고 출제의 개선점등을 다음해에 반영할 줄 아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다.
시험도 학습의 연장인 이상 문제를 공개해서 자유로운 토론과 전문가의 비명을 거쳐 공신력을 높이는 것이 더욱 타당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입시문제가 하급학교의 교과과정 운영전반에 지대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대입예시는 당해년도 수험생들의 학력평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고교교육 교과과정운영의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중대한 교육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예시문제는 반드시 공개되어 교과과점 운영에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도 예시문제는 수험생 40여만 명에게는 이미 공개된 것이고, 더구나 상당수의 고교교사들이 시험감독관으로 들어간 것을 상기할 때 문제의 철저한 봉쇄방침은 그 실효성조차 극히 의심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비공개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은 입시관계 출판업자들로 하여금 문제의 불확실한 재구성을 충동하고 수험생에게는 혼란을 안겨주는 결과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문제 지를 재구성 발표함으로써 당국의 비위를 거스린다고 해서 세무사찰을 의뢰하고 문공부에 해당출판물의 등록취소를 요청하는 등의 처사는 문제 해결의 정도가 아님을 알아야할 것이다.
문교당국은 문제지 비공개로 빚어지는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신중히 검토하여 올해부터라도 문제를 공개하는 과단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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