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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기업적 산림 경영|오늘은 제2회 육림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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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원으로서 산림의 가치는 석유나 석탄보다 더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석유나 석탄은 매장량을 다 파내면 그것으로 끝장이지만 산림자원은 끝없이 생성된다.
용도도 연료·건축재·종이·섬유·의약 등 헤아리기 어렵다. 지금까지 개발된 용도만도 2천여개 분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전국토의 67%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산림대원은 오늘 같은 자원란 시대에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최대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용도 2천여개 분야>
그런데도 해외개발투자에는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우리울타리 안에 있는 산림자원의 개발투자에는 몹시 인색하다.
여기에는 물론 투자자본의회임기간이 30∼50년에 달하는 장기간이라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도 장기적 안목으로 일을 경영해야 할 단계에 왔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목재수요량은 9백81만7천입방m였다. 이중 국내 생산은 11%인 1백4만7천입방m에 불과했고 나머지 89%인 8백77만입방m를 수입해다 썼다.
69년도에는 자급률이 25%이던 것이 해마다 줄어 11%까지 떨어졌다.
산지면적이 전 국토의 67%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목재수요의 90%를 수입해다 쓴다는 것은 이만저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는 국가적 사업으로 조림·육림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 행사로 이루어지는 조림·육림의 실효성과 한계는 지난 30년간 너무나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조림·육림도 하나의 사업이며 경영이다. 기업적 투자와 경영·기술개발이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자란 나무 98% 활용>
국가적 행사로서의 조림·육림은 이런 면에서 한계가 있으며 녹화산업· 조림기업의 출현을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 최대의 조림기업이라 할 미 웨어호이저사의 성장과 경영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를 준다.
1900년 현 사장 조지·웨어호이저의 증조부인 독일계이민 프레더릭·웨어호이저는 미북서부 워싱턴주에 있는 36만 정보(90만 에이커의 산림을 5백40만 달러에 사들여 웨어호이저사의 기틀을 만들었다.
지금 이 회사는 미국 안에 2백45만 정보의 산림과 캐나다 보르네오 필리핀 등지에 4백48만 정보의 산림 벌채권을 가지고 있으며 보유하는 신림은 50억 달러(2조5천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목재생산뿐 아니라 제재·펄프·종이 등 목재관련 산업에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으며 77년도의 연간 외형 32억8천만 달러, 순익 3억 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의 경영은 철저히 영리 본위이며 산림자원의 이용을 극대화하는데 최대의 힘을 기울인다.
따라서 조림·육림도 생육기간을 단속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 응용하고 다 자란 나무는 98%까지 활용한다.

<성장 5∼7년 빨라>
관개·시비로 묘목을 단기간에 키워 77년에만 1억8천만 그루를 식재했는데 이 묘목은 자연적인 성장보다 5∼7년이 빠른 것이다.
경사진 곳에 심는 묘목은 활착을 좋게 하기 위해 지피·폿과 같은 방법으로 플래스틱·튜브에 묘목을 키워 5∼7주만에 이식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지퍼·폿이란 미국뿐 아니라 이웃 일본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널리 쓰이는 양묘 방법으로 토탄에 비료·퇴비와 접착제를 넣어 분을 만들고 여기에 파종하여 묘목을 분과 함께 옮겨 심는 방법이다.
배양토에 묘목을 키우므로 성장이 빠르고, 묘판이 필요없이 척박지에서도 양묘할 수 있으며, 분째로 옮겨 심으므로 한 여름철에도 식목을 할 수 있는 등 잇점이 있다.
방대한 면적에 골고루 시비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하며, 나쁜 수종이 고림지에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월남전에서 사용된 거소가 같은 특정 수목에만 작용하는 고엽제를 살포하기도 한다. 고림지는 15년께 간벌을 하고 25년부터 5년마다 간벌을 하여 최적성장 조건을 유지한다.
자연상태로 자란 나무의 직경이 11·8인치에 불과할 때 웨어호이저사의 조림지에서 자란 나무는 18·8인치의 성장을 보였다. 사후관리가 없는 경우보다 2배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조지·웨어호이저 사장은 이 회사의 조림을 육림농장이라 부른다.
사실 그들이 조림과 육림에 쏟는 관심과 노력은 우리가 농사를 짓는데 기울이는 정성에 못지 않다.
웨어호이저사는 미국의 산림자원이 이같은 개발에 의해 앞으로 페르샤만의 석유와 같은 비중을 갖게될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기업조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주제지가 전남 장성에 있는 1만여 정보의 산림에 계획조림을 하고 있는 것을 비롯, 서해개발· 전방· 성창기업· 영림공사 등이 작게는 4백여 정보에서 9천여 정보에 이르는 산지를 확보, 조림을 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규모나 과학적 비배영리·조림기술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아직 적지 않은 문젯점을 안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산림자원은 고갈되지 않는 자원이다.
그러나 가꾸고 키우지 않으면 생성되지 않는 자원이다.

<장기안목·지혜 필요>
산림을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할때 자연적 생장을 벗어난 글자 그대로의 조림·육림·기업적 산림경영에 하루빨리 눈을 돌려야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먼 앞을 내다보려 하지 않는다.
자식을 위해 교육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지만 산림투자는 자식뿐 아니라 손자·증손자 대에까지 물려 줄 수 있는 확실하고 보람있는 투자가 아니겠는가.
사치풍조가 만연하는 세태에 비추어볼때 눈앞의 사치에 뿌릴 돈이 있다면 그 돈을 산림에 투자하는 건실한 자세와 장기적 안목·지혜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부도 재정·세제상의 지원이나 산림개발에 따르는 번잡한 법적·행정적 절차의 간소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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