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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땀땀」 춤으로 실농을 달랜다|세네갈 세레레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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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리듬」에 대한 감각이 예리>
춤은 「아프리카」 어떤 부족에서나 중요한 생활의 일부이다. 춤 (DANCE)이란 말을 뜻하는 「스와힐리」 부족어 「응고마」 (NGOMA)는 할례식이나 입문식·결혼식·장례식·기우제 및 전쟁과 관련된 중요한 의식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한가한 저녁 한때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단순한 오락이기도 해서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휘파람이나 콧노래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아프리카」 어느 거리, 어느 부족의 마을에서도 혼자 또는 무리를 지어 춤추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채로운 현·타악기로 반주>
각 부족들에게는 그들의 의식에 따라 독특한 춤과 노래와 음악이 있다. 그들의 춤에서는 그들의 선천적인 「리듬」에 대한 예리한 감각이 몸이나 손·발의 놀림 속에 분명히 나타난다.
춤을 이끄는 음악은 주로 합창인데 대체로 남자나 여자끼리만 노래를 부르지만 때로는 남녀 혼성일 경우드 드물지 않다. 단순히 합창이 춤의 배경이 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때는 호루라기나 현·타악기, 손뼉 또는 말인지 노래인지 구별 할 수없이 중얼거리거나 몸집이 큰 새의 울부짖음 같은 날카로운 비명이 반주로 따르기도 한다.
「케냐」의 원시 부족 「마사이」 전사들의 춤은 장중하고 기교가 없는 군무여서 물과 목초지를 찾아 유랑하며 적이나 맹수들과 싸워야하는 유목민의 애수와 인고가 서려 있다. 소리 없이 뛰고 창끝으로 땅을 구르며 입에 손을 갖다 모으고 지르는 함성은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새의 비명 같기도 하다. 「마사이」의 춤에는 악기의 반주가 전혀 없다.

<기교와 가장술도 곁들여>
그러나 「아프리카」 서쪽 끝에 있는 「세네갈」의 「세레레」족이 추는 춤은 그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가뭄이 잦은 서부 「아프리카」에서 농사를 망치고 하릴없이 실의에 빠져있는 농민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추는 「땀땀」이라는 춤은 광란에 가까운 활기가 넘쳐흐른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뒤섞여 마구 흔들어대는 이 춤은 하늘을 손으로 휘저어 태양이라도 끌어내릴 듯하고 발로는 땅을 차 던질 듯한 정열이 용솟음치는 몸부림이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앉은 채로 다리를 등뒤로 비틀어 돌려 발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기교와 새의 깃털과 양털 가죽으로 온 몸을 덮어 여러 가지 새와 짐승으로 꾸미는 가장술이 등장한다.

<서구의 춤과 「재즈」의 원류>
이 춤에는 「봉코」와 비슷한 「땀땀」이라고 하는 작은북과 「짐베」라는 절구통 같이 생긴 큰 북,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놓은 바가지를 가슴에 안고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깔라바스」, 속을 뺀 둥근 박에 말총으로 현을 걸어 맨 「리띠」, 바가지 조각을 둥글게 잘라 20여개씩 한줄에 꿰맨 「달라」라는 「리듬」 악기, 나무 피리 및 호루라기 등 다채로운 여러 악기들이 단조로운 반복 선율로 무희들의 춤과 노래를 반주한다.
「아프리카」 부족들의 여러가지 춤 속에서 현대 서구식 춤의 근원을 발전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춤과 노래 속에는 자연과 인간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뤄놓은 신비스런 율동과 오묘한 화음이 엄숙한 질서를 이루고 있다.
「다카르」 (세네갈)에서
글 노계원 특파원
사진 이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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