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일문제 국제학술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토통일원은 건국 30주년을 기념하는 통일문제 국제학술대회를 『남과 북-그 이념과 전망』이란 주제로 1일부터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갖는다. 학술회의는 ▲민족이념(주제 김용구·양호민) ▲민족의 이질화(주제 통일원·홍승일) ▲민족의 전망(주제 조순·조기준)으로 나눠 갖게 되며 국내인사 22명과 외국학자 2명이 참석했다. 일부 주제논문을 발췌, 소개한다.

<대서방 교역 멀잖아>북한사회 장기전망…조순(서울대교수)|경제개혁 기미 보여|실용파의 압력으로
최근 북한은 김일성의 절대권력 아래 77년12월 총리로 선출된 이진옥과 계응태 등 이른바 실무자들을 기용, 6개년 계획의 실패를 이어 받아 경제의 수습과 행정을 담당할 책임을 지우고 있다.
다시 말해서 최근 2년 동안 북한의 권력구조는 김일성·김정일 일파와 실무자들과의 타협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체제 및 정책기본노선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문제일 것이다.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북한의 권력집단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징후가 바로 이종옥 내각이다. 이 신내각은 북한의 기본노선을 변경시킬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나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옥은 취임이래 김일성의 혁명노선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의 합리화·과학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 같은 노선에 대한 지지세력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김일성이 아직 건재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경제개혁이 본격화하기는 어렵고 정치체제 테두리 안에서 부분적인 합리화의 시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에 북한은 중공의 실용주의노선의 귀추를 관망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경제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명백해질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중공의 실용노선이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고 북한은 중공「모델」을 모방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갈 것이다.
설사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다고 해도 새로 대두하는 실용주의 노선에 의해 큰 도전을 받게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후자가 전자를 압도, 북한은 결국 80년대 후반에 가서는 중공노선에 따라 서방과 교역경제협력의 폭을 넓히고 서서히 나마 문호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체제는 정치적 측면에서 본다면 크게 변화할 요인이 희박하지만 경제 및 군사·국제관계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는 적어도 현재와 같은 교조주의가 어느 정도 수정되고 실용주의노선이 채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실용주의노선을 부분적으로 채택해도 중공처럼 폭넓은 것이 못될 것이며 따라서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크게 변화할 것은 장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복지」를 공통분모로>한국통일의 미래상…조기준(고려대교수)|동질의식 유지해야|대화와 교류를 실현
복지사회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다같이 염원하는 이상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국가는 물론 사회주의 체제국가에서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따라서 분단된 남북을 통일하고 건설하는 국가상도 복지국가가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지난 30년간 남북 양체제가 추구해온 복지사회건설·이념·실태는 어떠했는가.
한국은 경제성장추세에 따라 사회보장제도도 괄목할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 있어서 사회보험제도의 도입과정을 보면 63년 산재보험을 비롯하여 공무원·군인 등 일부 연금제도가 채택됐고 최근 국민의료보험의 도입 실시 등이 있으나 범위와 수준은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있다.
이것은 우선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다음에 사회개발을 추구한다는 정책의 결과다.
북한에 있어서도 복지와 사회보장에 대해서는 광범하고 높은 이상을 헌법에 표명하고 있다. 북한의 신헌법 중에 규정되고 있는 중요 조항을 추려보면-. ▲10년제 고중의무교육과 무료교육(41조) ▲학령 전 아동의 1년간 의무교육(43조) ▲탁아소·유치원 설치(43조) ▲전반적 무상치료제(48조)….
여기 규정된 복지조항은 실제로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창법 속에 복지 및 사회보장에 대해 이처럼 광범위하고 높은 수준의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남북한은 정치 및 경제에서 서로 다른 체제를 택하고 있으나 양체제가 추구하는 공분모는 복지사회의 건설이다.
복지사회를 염두에 두면서 통일한국의 상을 구상한다면 어느 하나의 체제를 다른 지역의 주민에게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다.
복지사회라는 시각에서 양체제가 본래 갖고있는 장점, 즉 자본주의체제의 자유의 원리와 사회주의사회의 간사의 원리를 보완하여 통일한국의 미래상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남한의 경제는 소득불균형이 큰 약점이 되고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혁을 단행해야하고, 경제의 자유활동 결여가 가장 큰 약점이 북한경제는 서구공산국가가 시도하는 것처럼 경제적 자유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민중과 민중의 화해·대화다. 양 지역의 지도자들은 민중의 교류기회를 만들어 가족방문, 학술 및 일반문화교류 등 감정의 교환을 통하여 민족의 동질의식의 강화를 기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