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반도안보 진단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브라운」미국방장관은 지난 7월말 「샌디에이고」에서 한미국방장관 회의를 가진 후 꼭 1백일만에 한국을 방문, 한국군수뇌들과 다시 회동한다b
미국방성은 오는 6일부터 3일 동안 계속되는 「브라운」장관의 방한목적은 ①한반도 안보문제협의 ②한미연합사령부 창설식 참석③대구에 도착하는 「팬텀」기의 마중 등이라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식 발표된 목적 이상으로 「브라운」 장관의 방한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그가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 때문이다.
첫째, 올해는 「카터」가 공약한 정한미지상군 철수의 첫 해다. 「카터」의 당초 생각은 올해 말까지 6천명의 전투부대를 철수시키는 것이었으나 합참을 중심으로 한미군부와 의회의 반발 때문에 철군 속도가 늦추어져 올해 안으로 2천4백명만 철수하게 되어있다.
미의회는 8억「달러」장비이양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미국대통령이 사전에 철군의 타당성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쐐기를 박았지만 82년까지 주한미지상군이 모두 철수한다는 「시간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따라서 한미양국은 철군보완책의 구체적 논의뿐만 아니라 지난번 안보협의회에서 제기됐던 한반도의 핵우산보호 같은 굵직한 결의를 재삼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금년은 한미양국관계를 2년 이상이나 괴롭혀온 박동선 사건이 마무리되는 해인 동시에 최근 수삼년 안에 처음으로 양국정상회담의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된 해이기도 하다.
서먹서먹했던 양국관계가 이제는 정상회담 같은 의제를 논의할 만큼 분위기가 회복되어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브라운」 장관의 「카터」친서휴대설에다가 벌써부터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한국내의 분위기조성』같은 것이 설왕설래 되고있다.
셋째, 국방성의 군사전문가들은 새로 발족하는 한미통합사령부와 대구의 제497전술폭격비행중대의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양국군의 합동근무는 미8군에 배속된 「카투사」나 1군단 같은 체제로 그 효율성을 이미 입증한바 있으나 제497비행중대의 경우는 새로 도입된 방식이다. 추가로 증강되는 「팬텀」전투기의 작전과 보급은 미공군이, 경비는 한국군이 맡는 식의 「업무분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방성은 『이 같은 새로운 개념의 도입은 이미 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이 개념의 확대가능성을 암시했다.
이 같은 체제는 한국공군의 기술향상 효과 뿐 아니라 인원을 파병하는데 「절차」가 복잡한 미국 내 사정을 고려,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지원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창출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네째, 결과론이지만 「브라운」 국방의 한국방문시기는 북괴의 제3 땅굴이 발견된 직후다.
판문점근처에서 또다시 땅굴이 발견됐다는 「유엔」군 사령부의 발표는 미국의 모든 신문·TV·잡지 등이 사진과 함께 보도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사기에 한국에 가는 「브라운」 장관은 한국내의 분위기는 『한반도에 불안 요소가 없다』는 중공 부수상 등소평의 일본방문중의 발언과는 거리가 먼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땅굴사건은 한국방위력이 정도에 지나치면 곤란하다는 미국 내 일부 여론에 찬물을 끼얹고 오히려 한국의 방위산업육성의 타당성을 제공한 셈이 됐다.
「엔지니어」출신인 「브라운」장관이 몸소 한국의 방위산업현황을 살피는 것도 그 의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 「브라운」장관은 한반도주변정세를 한국지도자들과 논의하면서 여전히 한국의 안보를 중시하겠다는 종래의 미국공약을 재다짐할 것이고 양국은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더욱 굳게 다질 것이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