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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자연보호를 범국민적 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캠페인」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나 그 실천방법과 내용이 너무도 형식에만 치우쳐 국민들에게 올바른 자연관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솔직이 말해서 이제까지의 자연보호운동은 구호나 전시효과 위주의 「행사」에만 치중한 나머지 가장 본질적이고 절실한 사항들이 등한시돼왔다고 할 수 있다.
자연보호운동을 한다면서 학생들과 시민들을 동원하여 구호를 외치게 하고, 전단을 뿌리며 쓰레기 줍기를 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서울 근교 산과 계곡에서 주말마다 실시되는 각종단체들의 자연보호활동도 참가인원과 쓰레기 수거량 발표 등 겉치레로 흘러 구호만 요란한 행사라는 인상을 줄 정도다.
일부 참가자들 가운데는 수거량을 높이기 위해 심지어 망에 묻은 쓰레기를 파헤쳐 수거부대에 담는가하면 인근 민가의 쓰레기통을 뒤져 수거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는 사례조차도 있었다니 말이다.
물론 어느 운동이나 초기 점화 단계에서는 관이나 사회지도층에 의한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선도적 「캠페인」자체가 거시적 안목에서 추진되지 못하고, 「쓰레기 줍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고식적 방법으로 흐른다면 환경보전이란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보호운동이 본원적·구조적으로 발전될 수도 없다.
때문에 환경보호운동의 방향은 먼저 자연이 인간의 생명원이며 삶의 터전이란 인식을 뚜렷이 하는데 두어져야하고, 나아가 어떻게 하면 자연생태계의 조화를 파괴하지 않고 자연이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유지되도록 하는가에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
환경보호운동의 대상도 산림·야생동물·어류는 물론 강과 바다와 토양, 그리고 우리가 숨쉬는 대기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환경보호운동이 참다운 성과를 거두려면 이러한 포괄적 의미의 자연이 인공에 의해 파괴되거나 오염됨이 없이 보존되고 원상회복 되도록 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연에 대한 엄숙한 외경심을 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환경오염이나 그것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한 인간은 언젠가 자연으로부터 무서운 보복을 당하지 않을 수 없다는 깊은 인식을 심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쓰레기 줍기」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것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이고 교육적인 방법을 통해서 국민들 스스로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정신자세를 확립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각급 학교의 환경보호 교육과정의 재구성 등 환경보호 교육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이러한 요청은 환경보호교육을 담당하는 일선교사들에 의해서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주 교련이 주최한 일선교사들에 의한 현장 교육 연구대회에서 발표한 한 논문의 대부분의 교사들조차도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 못하고 교과서에 제시된 단편적인 내용을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실정을 그대로 무고 아무리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여도 그 것은 휴지 버리지 않고 나뭇가지 꺾지 않는 수준을 넘지 못함 것은 뻔하다.
이런 견지에서 자연보호운동도 이제 자연에 대한 가치관의 내면화를 위한 차원으로 전환점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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