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 읽기] 안데르센이 비튼 "딱 샐러리맨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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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운 오리새끼의 출근
메트 노가드 지음, 안진환 옮김
생각의 나무, 288쪽, 1만원

'미운 오리새끼' 등 안데르센 동화 여섯 편을 들어 인생과 직장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설명한 책이다. 진부한 방식이라고? 그렇지 않다. 너무나 생생한 교훈이 들어있어 안데르센이 원래 동화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우화식 자기계발서를 썼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널리 알려진 '벌거벗은 임금님'이야기를 보자. 새 옷이 되어가는 과정을 살피러 간 '정직한 원로대신'은 당황한다. '내가 바보인가? 무능한가?'라고. 그러나 곧 보이지 않는 옷을 본다. 보신주의의 전형이요, 안전제일주의의 표본이다.

지은이는 여기서 현대 직장인들의 '적응'을 본다.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혹은 보다 나은 경력을 쌓기 위해, 아니면 조직의 논리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 대부분은 종종 일시적 합리성을 택하느라 사랑하는 것을 희생시키곤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지은이는 "임금님이 벌거벗으셨어"라고 외친 꼬마를 닮으라고 권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일러준다. 해법이 그리 명쾌하진 않지만 적어도 우리 삶의 방식을 새겨볼 기회를 제공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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