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불「르.피가로」지 회견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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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중조약 평화도용될땐 환영>
▲일·중공평화우호조약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보는가.
『한반도는 미·일·중공·소련의 이해관계가 착잡하게 얽히고 있는 전략적인 지역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일·중공 조약의 결과에 의한 동북 「아시아」의 세력균형에 역시 보다 더 관심을 갖는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되리라고 말하기 보다는 우리는 그것이 오해와 긴장을 유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화해와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
▲미국이 지지한 일·중공 접근은 북괴에 대해 온건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은가.
『이 접근이 한반도에 있어 가까운 장래에 통일의 기회를 진전시키는데 공헌할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나 지나친 낙관론이다. 사실상 긴장의 근본적 원인은 북한공산주의자들이 무력에 의한 공산주의적 통일이라는 그들의 목적을 포기하기를 거부하는데 있다. 나로서는 남북의 평화적인 공존이 굳게 다져짐으로써 평화의 길이 열린다고 확신하고 있다.
대화를 시작하고 UN에 동시가입을 하며 경제·기술교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민간 또는 정부수준의 남북협의 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의를 우리는 계속해 왔다. 북괴는 평화를 위한 이 모든 제의를 거부했고 더우기 남북간의 최후의 교신수단이었던 전화선도 끊어 버렸다.』

<미, 한국의 핵우산 유지는 당연>
▲중공내부의 권력투쟁과 미국전략의 빈번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중공 관계 개선이 확고 부동하다고 보는가.
『양국간의 문제에 관해 내가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내가 듣기로도 많은 전문가들이 미·중공 관계가 앞으로 계속 발전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 있어서는 이념과 사회제도가 어떻든간에 6·23선언에서 밝혔듯이 모든 국가들과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있다.』
▲미군철수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미국의 핵우산 밑에 두겠다는 백악관 결정에 전적으로 만족하는가.
『53년 휴전후 미군은 단계적으로 감축되었다. 주한미군은 북한공산주의자들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들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도왔다.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유지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인도지나와 접경한 중공의 남부국경 또는 분국에 훨씬 더 가까운 중공의 북부국경의 어느 한쪽에서나, 아니면 양지역에서 격차된 중소간의 이념적·군사적 분쟁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소련은 그 지리적 조건 때문에 역사적으로 「유럽」 국가인 동시에 「아시아」 세력으로 존재해 왔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어떤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아시아」지역에 대한 소련의 관심은 앞으로 점차 적극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것 같다. 이념적·군사적 갈등의 가능성은 중공의 남부국경지대나 북방국경 지대를 막론하고 「아시아」지역 어느 곳에서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화-접촉만이 통일의 첩경>
▲박대통령의 생존시에 한반도의 재통일을 보리라고 기대하는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더우기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며 최소한의 합리성 마저도 결여하고 있는 북한의 미래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더 한층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동질적인 문화와 오랜 역사를 지닌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되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지금도 나는 한민족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대화와 접촉을 통하여 불신을 해소하고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민족적 화해를 이룩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중소, 종국엔 한반도현실 인정>
▲북한이 중소 양국간을 이간시킬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북한에 대해서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종용하는 중소의 압력이 중화되어 버리지 않겠는가.
『북한은 과거 중소분쟁을 이용하여 온것이 틀림없다. 설령 「모스크바」나 북경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평양 때문에 하는수 없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긴장완화를 위한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중소관계를 이용하는데에는 궁극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북한은 그 호전성과 경제적 후진성 때문에 결국 소련이나 중공에 대하여 하나의 불변한 동맹, 즉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북아 정세가 전반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소련과 중공은 결국 한반도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게 될 것이다.』
▲통일이 북한정권에 대하여 「이데올로기」투쟁에서의 패배와 한국의 번영에 점점 더 낙후되고 있는, 훨씬 작은 규모의 주민에 대한 지배력의 상실을 의미한다면 통일을 위한 어떤 노력이 결실을 가져올 수 있겠는가.
『북한공산주의자들은 그들에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때는 무자비하게 무력으로 상대방을 정복하려 들고, 그들이 약세에 있다고 생각할때는 으례 협상하자고 나오는 것이 그들의 상투적인 기본전략·전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경제발전·군사력·정치체제등 모든 측면에서 확고한 우월성을 보유하게 되면 그들은 이제는 무력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우리의 평화통일 정책에 호응해 올수밖에 없게될 것이다.』

<북괴, 낙후 인정하면 무력 포기>
▲비록 한국이 냉전의 최전방적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모든 제한을 철폐하고 완전한 언론의 자유를 누릴수 있을만큼 한국이 안전하다고 느낄때는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국민의 모든 기본권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내에서 보장된다는 것은 어느 민주국가든지 마찬가기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자유등 모든 기본권은 실정법의 테두리내에서 보장되어 있다. 다만 공공의 질서유지·국가안전보장등 근본적이며 필수적인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기본권의 일부를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제한할수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도 서울에서 불과 24「마일」 떨어진 휴전선 너머로 호시탐탐 무력남침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호전적인 북한공산주의자들과 긴박하게 대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위기상황에 처하여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무시하고 서구에서와 같은 방만한 자유와 기본권을 향유할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박대통령의 생애에 있어서 국가영도의 사명감을 갖게된 것은 언제부터였는가.
『꼭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어릴때의 막연한 꿈이랄까. 희망은 군인으로 성장, 장군이되어 훌륭한 지휘관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라의 사정이 나로 하여금 혁명을 주도하도록 만들었다.혁명후에는 사명이 달라져서 정치적 소임을 맡게 되었으며, 한나라의 정치지도자로서 책임을 지게 되니까 가난한 우리나라를 부강한 복지국가로 발전시켜야겠다는 꿈과 사명감을 갖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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