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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는 시장 치고 나갈 기회 … 그걸 잡는 게 기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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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왼쪽)이 2010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오른쪽)과 일본·중국 간 국경을 초월하는 전자상거래 계약을 맺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손정의(57)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기업가 정신에 대한 특별기고를 본지에 보내왔다. 1981년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로 시작한 소프트뱅크는 야후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세계적 정보통신기술(ICT) 그룹으로 성장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기업가 정신은 곧 도전 정신이다. 기업을 만들고 이끄는 이들은 늘 젊고 뜨거워야(stay young and hot)한다. 늘 깨어서 움직이는 것은 기업가의 필수조건이다. 30년 후를 알려면 300년 후를 조망할 수 있는 기업가의 안목이 있어야 한다.

 기업가만이 결단할 수 있는 기업 M&A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 특유의 경영전략인 ‘제곱 병법’의 핵심은 두 가지다. 지는 싸움은 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주류 시장에 단번에 치고 나갈 기회를 잡아야 한다. M&A가 이런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M&A를 손 안 대고 코 푸는 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거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 2만 쪽이 넘는 분석 보고서를 만들 때도 있다. 온갖 데이터를 통해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확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컴덱스(세계 최대 ICT 전시회 운영사)와 지프 데이비스(세계 최대 컴퓨터 관련 출판사) 인수는 짧은 만남에 의해 결정됐다. 하지만 나는 이를 위해 1994년 미국에서 8~9개월을 살았다. 당시 인수를 많은 사람이 미친 짓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인수로 정보의 길목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고, 당시 M&A가 없었다면 오늘의 소프트뱅크도 없다.

 기업가의 인맥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컴팩 회장을 지낸 에커드 파이퍼 같은 거물과 막연한 사이라는 점은 M&A에서 상대 쪽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2006년 보다폰 재팬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7개월 전부터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교류하고 있었다. 나는 잡스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폰이 나오면 이동통신시장에서도 통화량이 아닌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일본 이동통신시장을 뒤흔든 파격적인 무료 통화 요금제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현재의 기업가뿐 아니라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할 때 경제에 활력이 돈다. 고심 끝에 도전할 산을 정한 후에는 고민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이 산과 저 산을 저울질하는 건 그냥 배회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2011년 11월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일본시리즈를 우승했을 때 사내 e메일로 이런 내용을 보낸 적이 있다. 이는 야구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와 힘을 모아 반드시 달성한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실현 못 할 것은 없다. 갑시다, 파이팅!”

정리=김영훈 기자

◆손정의=재일동포 3세 기업가.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집계한 일본 최고의 부자(197억 달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손 회장을 ‘제2의 스티브 잡스’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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