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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000원 아래로는 안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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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일시적으로 세 자릿수에 진입할 순 있지만 연말 달러당 원화값이 1000원 선을 넘진 않을 것이다.”

 지난 9일 원화값이 저지선으로 인식되던 1020원을 뚫고 올라가면서 환율 공포가 가시화됐다. 올 초 1080원까지 내려갔던 원화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이대로 세 자릿수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11일에도 전날보다 1.5원 오른 1015.7원을 기록해 1010원에 더 가까워졌다. 2008년 8월 1일(1014.6원) 이후 5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하지만 6개 주요 증권사 환율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 들어 원화 강세가 주춤해지고, 지금보다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제시한 올 연말 원화값은 1000~1048원 선이다.

 가장 큰 근거는 약세였던 달러화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 들어 미국 정부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일명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였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매크로팀장은 “이상한파로 성장이 지체됐고 재정적자가 줄면서 채권 수급도 양호했다”며 “게다가 테이퍼링으로 신흥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줄면서 이들 통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커지고 성장세가 뚜렷해지면 달러 역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렇다고 원화 강세라는 흐름 자체가 바뀌진 않을 전망이다. 내년엔 원화값이 세 자릿수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원화값을 끌어올리는 내부 요인은 여전한 탓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00억 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며 “국외로 나가는 달러보다 들어오는 달러가 많다 보니 원화 강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탄탄해 원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봤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면 한국은 그 수혜를 볼 수 있는 나라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높은 건 이 때문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외국인 투자금(달러화)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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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원화값이 오르면 물건을 예전과 같은 값(달러)에 팔아도 실제 손에 쥐는 돈(원화)은 준다. 그렇다고 제품 값을 올릴 수도 없다. 소비자가 경쟁 제품으로 옮겨가면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 악화는 피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6명 중 3명은 기업들이 원화 강세를 감내할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 환율로 인한 손실이 상쇄된다는 거다. 이승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대기업의 경우 2007년 달러당 원화값이 900원대까지 치솟았을 때도 이익을 냈다”며 “환율로 인해 실적은 악화되겠지만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나머지 3명은 원화 강세가 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엔 미국이 수입에 관대했지만 오바마 대통령 이후 제조업의 자국화를 추구하는 등 기조가 바뀌었다”며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한국 기업의 수출량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중혁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세계 주요국이 자국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국내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의 환율 부담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주식시장에 대한 견해도 갈렸다. 기업이 감내할 수 있다고 본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반대 의견의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코스피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고 봤다.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선 약세 전망이 우세했다. 엔화는 아베노믹스가,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정책이 약세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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