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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세계 성장률 3.2 → 2.8% … "지금은 위기 대비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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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간단히 말해 지금은 다음 위기를 준비할 때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자격으로 10일(현지시간) 회견장에 선 카우식 바수 부총재. 들고나온 144쪽짜리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축약했다. 세계은행은 1월과 6월, 매년 두 차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낸다. 지난 1월 3.2%라고 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선진국 성장률은 2.2%에서 1.9%로, 신흥국 역시 5.3%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 전망은 따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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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수 부총재의 경고는 신흥국을 향했다. 세계은행이 예상한 신흥국 기초체력은 암담하다. 경상수지 적자폭은 늘고 자본유출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지난해 여름 신흥국은 예선전을 치렀다. Fed가 돈줄 죄기(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값싼 달러 시대가 끝나간다’는 위기감에 투자가들은 신흥국에서 앞 다퉈 돈을 뺐다. 경제 기초체력이 약했던 인도네시아·인도·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은 ‘F5(Fragile 5·취약한 5개국)’로 묶여 휘청거렸다. 1년이 지나 이들 국가 주가는 지난 8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긴 했지만 초저금리 기조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도 마찬가지 노선을 택했다. 선진국에서 싼 금리로 빌려온 돈으로 해외 투자가들은 신흥국 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바수 부총재는 “금융 지표가 좋아지고 인도·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은 더 이상 저금리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제에) 큰 압박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이 준비 태세를 게을리하는 사이 Fed 금리 조기인상설은 점점 힘을 얻어가는 중이다. 지난 6일 나온 미국 일자리 통계가 불쏘시개다. 실업률은 올 4월과 5월 연이어 6.3%를 기록했다. 5년9개월 만에 가장 낮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Fed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며 돈을 풀면서 금리를 사실상 0%로 묶어뒀다. Fed가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지표는 고용이다. ‘일자리 경기 회복’이란 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이 서면 Fed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보다 실업률이 빨리 떨어지고 있다. Fed의 금리 인상 논의는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 속에서도 신흥국은 저금리 돈으로 치킨게임에 취해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말을 빌려 “이제 남은 시간은 1년 정도다. 그 사이 (경제적) 취약성을 해소해야 ‘총체적 난국’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현숙 기자  

◆세계은행(World Bank)=빈곤 퇴치, 경제 육성, 개발도상국의 금융·기술 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금융기구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국제개발협회(IDA)·국제금융공사(IFC)·국제투자보증기구(MIGA)·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다섯 곳을 묶어 세계은행 그룹으로 통칭한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46년 미국 워싱턴에 세워졌다. 이름 그대로 세계를 아우르지만 개도국에 주로 융자를 한다. 1만 명 직원이 있고 세계 120여 개국에 사무소를 뒀다. 지난해 12월 인천 송도에 한국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2012년부터 한국계 김용 총재가 세계은행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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