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길 잃은 여성 재능-이난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근래에 와서 자주 여성 인력의 활용이란 말이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춤바람, 계바람의 주인공들에서 복부인이란 부끄러운 말까지 가지게 여성들의 능력이 보다 보람있는 영향으로 유도된다면 엉뚱한 여권 신장론 때문에 선량한 여성들이 입어야 할 피해까지도 있을 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
고도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단순히 가정 관리만으로.는 미진하고 아까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는 이미 한계를 그어 놓고 있기 때문인지 자칫 그것이 여성의 한계로 규정 지워져 버린 것이다. 중년의 평범했던 인간 「고갱」이 무섭도록 날카로운 화가의 재능을 늦게 야 발휘하였듯이 여성들의 잠자는 능력을 깨우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우리 박물관에서 어린이 문화재 사생 대회가 열렸었다. 거기에 따라온 엄마들을 보면서 극성스럽기까지 한 저 엄마들의 정력을 한 인간으로서 보아주고 활용 할 수 있는 길이 어서 틔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이 있다. 전시실에서 바닥에 뒹굴며, 배를 깔고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가 총총하다. 더러는 오줌이 마렵다고 들랑날랑하는 경우도 보인다. 그 중에는 밖에 있는 엄마나 선생님께 「코치」를 받으러 가는 어린이가 섞여 있었다.
언제까지나 엄마의 「커닝」으로 샅아 갈 수 있다는 것일까? 또 영생하면서 아이의 뒤만 돌보아 줄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생 대회에서의 입선이 그 어린이의 전 생애에 대한 입선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되면 어린이에게 의타심만 기르는 과오를 범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우리 아이는 내성적이라 오줌마렵다는 말도 못하니 가서 데려와야 한다는 얄팍한 애정의 발로, 그래서 아이의 그림에 덧칠을 해주어 무슨 도움이 될지.
내 아이만이 소중(?)해서 다른 어린이가 엎드린 데를 훌쩍훌쩍 질러서 들어가 보는 엄마들, 문밖에 서서 소리소리지르며 뭔가를 「코치」하는 엄마들. 이 엄마들의 능력이 가정관리라는 일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엉뚱한 곳에 잘못 쏟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미국의 박물관·미술관에는 여성들의 봉사 활동이 대단하다. 특히 박물관을 찾는 학생이나 단체 관람자에서 전시실을 안내하는 박물관 교사 중에는 시간제로, 또는 특정 요일제로 일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그들에 대한 사전 교육이 박물관 자체로서는 큰 과제의 하나가 될 정도이며 그 엄격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들이 곧 뛰어난 박물관 교사로 봉사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자녀를 기르는 엄마들이 단체 어린이들을 안내하며 전시실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박물관이 살아 있는 교육의 장소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보고 느끼게 한다.
이런 치맛바람이 박물관에 인다면 보다 활기 있고 화사한 곳이 되지 않을까 한다.

<국립 중앙 박물관 학예 연구관·34년 경남 산청 출생·서울대 사학과 졸업·동경 입교대와 미「하와이」대서 박물관학 수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