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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에 애들 못맡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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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일 오전 9시30분 충남 예산군 삽교읍 보성초등학교.

학부모 30여명이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 안으로 몰려 들어가 자신들의 자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긴급 학부모회의에서 수업 거부를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기간제 여교사 진모(27)씨에게 차(茶)시중을 들게 했다는 주장과 관련, 전교조 측에서 사과 요구를 받아 오던 이 학교 서승목(57)교장이 지난 4일 자살하자 "교장선생님을 돌아 가시게 한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자녀들을 귀가시킨 것이다.

이 학교는 삽교읍에서 20㎞ 떨어진 전형적인 시골학교로 한 학년이 한 학급, 전교생이 61명뿐이다.

교장.교감 선생님을 제외하고 1~6학년 담임선생님 6명과 보건.유치원 교사 등 평교사 8명이 재직 중이며 이 가운데 5명이 전교조에 가입했다.

자녀 세명(5, 4, 1학년)을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김우영(39.삽교읍 목리)씨는 "학부모 회의에서 교장선생님의 죽음에 일부 교사의 언행이 연관됐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그 교사들이 학교를 떠날 때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金씨는 그러나 "아이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 당분간 학교에 갈 수 없다'고 설명은 했지만 이 사태가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아빠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던 4학년 김진주(10.여)양은 "인자하신 교장선생님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는지 모르겠다"며 훌쩍였다.

한편 지난달 31일 전교조 충남지회의 예산교육청 항의 방문에 동참했던 전교조 소속 崔모(36.여).정모(36.여)교사는 이날 하루종일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학부모회와 동문회 등에서 자신들을 '공갈 협박 교사'로 지목, 학교에서 떠나 줄 것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학교 담장에 걸었기 때문이다. 崔교사는 "마치 우리들 때문에 돌아가신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먹였다.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장인숙(47)교사는 "내부 문제를 교사들끼리 협의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이제라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학교 정상화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홍승만(57)교감은 "학생들이 상처를 입거나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며 "학부모들이 진정하고 교육청과 수사 당국의 사태 수습 과정을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간제 여교사 진씨는 徐교장과 사제지간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군교육청 관계자는 "1988년 徐교장이 예산초등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할 때 진씨는 이 학교 학생이었다"며 "사제지간인 두 사람의 재회가 악연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진씨는 徐교장의 자살 소식에 충격을 받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출근하지 않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8일 徐교장에 대한 장례식을 마친 뒤 학부모들을 설득해 학생들을 조기에 등교시킨다는 방침이다.

예산=조한필.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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