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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격대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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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의「비슬레」사격장에는 지금도 1백년 묵은 낡은「라이플」(소총) 한 자루가 곱게 보관되어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빅토리아」여왕이 1860년에 있었던 전 영국「라이플」사격대회에서 시사했던 총이다.
이 사격장은 또 세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사격대회가 개최된 장소라 해서 유명하다.
물론 1504년에「취리히」에서 사격대회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기는 하다. 아마 사실이라 해도 소꿉장난 같은 것이었을 게 틀림이 없다.
「스포츠」로서의 사격의 역사는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사냥놀이에 총을 쓰기 시작한 때와 거의 맞먹는다.
제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는 1897년「프랑스」의「리옹」에서 열렸다. 「올림픽」대회에서는 제1회「아테네」대회 때부터 정식종목에 끼어있었다. 물론 그 때는「라이플」총뿐이었다.
사격「스포츠」의 명칭이며 경기 운영방식 등은 영국에서 나온 게 많다. 또 18세기 후반부터 틀이 잡혀 나갔다. 전성기의 대영제국의 국력이 반영된 탓이라고 할만도 하다.
초기의 사격대회에서는 살아있는 비둘기를「트랩」(새장)에 넣고 신호와 함께 날려보내, 여기다 총을 쏘는 경기였었다. 여기서「트랩」사격이 나왔다.
그 다음에는 점토와 모래로 비둘기 모양으로 구워만든「클레이·피존」을 썼다. 여기서「클레이·피존」사격이란 말이 나왔다.
그후 사격종목은 엄청나게 늘었다. 「올림픽」에서 겨루는 경기도 7종목이나 된다. 더욱이 한 종목에 서서 쏘기(입사)·앉아 쏘기(좌사)·엎드려 쏘기(복사) 등 각각 세 자세씩이 있는 것도 많다. 이래서 모두 21개 경기종목이 된다. 총도 여러 가지다. 대구경「라이플」·소구경「라이플」·「피스톨」·「에어·라이플」·「피스톨」, 또한 개인종목과 단체경기의 둘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단체 때에는 4명이 한「팀」이 된다.
이래서「올림픽」에서도 사격은 가장 호화롭고 가장 규모가 큰 종목이 되고 있다.
오늘부터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태능 국제사격장에서 열렸다.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오늘부터 생겨나는 셈이다. 「올림픽」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도, 세계사격대회가 아세아 지역에서 열리는 것도, 또 사격에서 전자 자동통제장치가 사용되는 것도 모두가 이번이 처음이란다.
우리나라가 UIT(세계사격연맹)에 가입한 것은 지난 56년. 그러니까 20년밖에 안 되는 연륜으로는 놀랄 만한 급성장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는 71개국의 선수 및 그 가족들이 5천명이나 참가했다. 모든 국제경기가 그렇듯 이번에도 이들과의 사이에 한층 돈독한 친선관계가 다져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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