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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신문|한국서도 멀지않아 납대신「컴퓨터」로 제작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001년 9월22일 새벽.
서울에서 소규모의 관광회사를 경영하는 A씨는 잠이 깨자마자『중앙FAX』가 설치돼 있는 거실로 간다. 그는 우선 자기 사업과 관계가 깊은 이번 주말의 날씨를 알아보기 위해 「스위치」를 넣고「채널」을 날씨에 맞춘다.
반신거울 정도 크기로 벽에걸 수 있을 만큼 납작한 이 마술적 기계의 화면에는 즉각 자세한 천기도와 함께 각지방의 일기예보가 비쳐진다.
다음 그는 어제밤 접대술 때문에 보지 못한 제31회 박대통령「컵」축구대회 한일전의 결과가 궁금해서「채널」을 「스포츠」로 돌린다. 화면에는 즉각 「게임」의 극적인 장면들이 해설과 함께 고루 비친다. 그는 어제 있었던 정계·문화계 소식도 챙겨본다.
증권시세는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론 미진하므로 기록지의 「버튼」을 눌러 전날의 장세가 찍혀나오는 두루마리 종이를 찢어서 자세히 살펴본다.
해외경제에 관한 기사중 자료로 보존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는 옆에 부착된 소형「컴퓨터」에 기억해 두도록 지시한다.
이 기계들은 중앙일보와의 계약에 따라 A씨가 몇십 만원을 내고 설치한 것인데 「텔레비전」을 겸할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눈을 중앙일보편집국으로 돌려보면.
방안은 좀 넓어지긴 했지만 23년전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기자들의 책상위에 TV수상기와 타자기를 합친 것 같은 낯선 기계가 한대씩 놓여있는 점이 전과 다를 뿐이다.
기자는 취재해온 기사를 문자「키」를 두드려 이 기계에 집어넣는다. 이 기사는 「컴퓨터」속에서 교정·편집등 일련의 작업을 거쳐 독자들 가정의 『중앙FAX』와 뇌파로 연결된 「메인·컴퓨터」에 입력된다. 물론 24시간 계속 수시로 헌 기사를 빼고 새 기사를 넣는다.
구미 각국에서는 벌써부터 이와 비슷한 『전파신문』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일본의 조일신문이나 영국의 BBC에선 이미 「샘플」가정에 송신시험까지 하고있는 중이다.
요즘 미일등 선진 각국의 신문들은 신문제작 과점에서 납(연)을 추방하려는 소위 CTS (Cold Type System)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것은 문선∼연판까지의 과정을 전산화한 것으로 이 부문의 인원을 다소 줄일수 있고 공정이, 신속해진다는 이점이 있으나 현재로는 많은 비용이 드는게 단점이다.
공정을 CTS화하면 교정·첨삭·편집·조판과정이 「컴퓨터」속에서 이뤄져 최종적으로 신문 한 「페이지」가 부착된 얇고 가벼운 특수합성 수지판이 나오므로 이것을 윤전기에 걸기만하면 된다.
이미 미국의 많은 신문과 일본의 「일본경제신문」등 일부신문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일보가 이미 CTS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에 80연대가 되면 납이 없이 「컴퓨터」로 제작되는 신문이 탄생하게 되지만 역시「로마」자를 쓰는 구미에 비해 많은 난관이 마른다. 우리나라 신문에서 쓰는 글자는 한자 약6천자, 한글 2천4백자, 기타6백자등 9천자나 되어 일본보다도 더 많다.
그러나 CTS도 과도적인 제작방법 개선에 불과해서 21세기의 어느 시기에 가서는 종이에 인쇄한 신문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들은 첫째, 속보경쟁에서 종이 신문이 「라디오」 나 「텔레비전」을 더 이상 따라갈수 없음을 지적한다.
둘째 이유로는 지금과 같은 판매방법은 갈수록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리라는 점을 꼽는다.
늘어나는 정보량에 비례해서 신문의 부피는 부푸는데 배달할 일손은 점점 줄어든다. 실제로 구미의 시문들은 거의가 발행부수의 8합 이상을 가두판매 하거나 우편으로 보낸다.
일본은 아직까지는 가정배달중심이지만 배달할 사람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해 배달소년의 부족은 심각하다. 신문의 제작비와 배달비용, 그리고 구독료는 그 불균형의 도가 차차 더해 갈것이 명백하다.
셋째, 이미 세계적인 문제가되고 있는「펄프」난을 들수가 있다. 종이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지만 그 원료인 나무를 기를만한 땅은 자꾸 줄어들고있다.
그렇게 본다면 앞서 예를 든『전파신문』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신문은 지금 『납으로부터의 해방』, 나아가서는 『종이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커다란 과제외에도 또 하나의 당면한 과제를 안고있다.
독자들이 보도·논편 위주보다 흥미·오락위주의 신문을 더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미 도처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중지가 정통지를 압도하고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그 모습이야 어떻게 변하든 신문의 정통성은 틀림없이 살아남으리란 점이다. 많은 신문들이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면서도 신문 본래의 사명을 잃지 않기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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