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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사명과 현주소" 세계의 대기자들에 듣는다|독자들의 신문 신뢰도는 각국의 정치상황과 반비례|폭로에 너무 치우치면 억울한 피해자가 많아진다|영 더·타임스 루이·헤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세의「루이·헤렌」이 「더·타임스」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편집국에서 기사를 날라주는「메신저·보이」로서였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 그는「더·타임스」의 편집부국장 겸 외신부장으로, 2백년의 전통이 있는 이 대신문제작진의 2인자로 앉아있다. 『참으로 많은 게 변했어요. 변화의 속도도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빨라졌구요.』-우선 영국으로서는 그가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에 제국을 잃었다.
그러나 그 큰 역사적 체험이 하루하루의 「뉴스」속에서 생활하는 이 노기자에게는 벌써 옛날 일로 느껴지는 듯 했다. 그가 말한 변화는 오늘날 서구는 물론 세계 전체가 겪고 있는 커다란 전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처음 내가 기자생활을 시작할 때만해도 영국사회는 안정돼 있었어요. 사회제도도 능률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도자체는 변하지 않았는데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이는 태도가 변한 것입니다. 「아래로부터의 사회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결과 전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제도나 신념 같은 가치체계가 더 이상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현상을 후기 산업사회가 필연적으로 당면하게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한국과 같은 초기산업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나라를 이루고 산다는 일이『단순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영국보다 조금도 단순할 게 없다고 참견을 하자 그는『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느냐?』고 응수한다.
서구 쪽에서는 복지국가를 이룩해 나가는 과정에서 권력의 중앙집권화라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고 이에 따라 관료조직이 비대해져서 영국의회도 무력해지고 이래저래 『모든 게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언론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진다고 그는 주장한다. 신문은 무력해진 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보충해야 된다는 것이다.
최근 화국봉의 동구권 및「이란」방문이. 전후 30년 동안 불안한대로 지탱해온 미·소 균형체제에 불안요인을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극동제국의 세계시장 침투가 오히려 큰 불안요인이라고 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영국이 현재 보이고 있는 경제일변도의 강박관념을 그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서구권의 지도자로서의 백악관의 역할에 돌리면서 그는「카터」의 실적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카터」의 가장 큰 실책은 「조지아」주의 지방정치정도의 능력밖에 없는 참모 진을 「워싱턴」에까지 끌고 올라 온데서 비롯된다고 평했다.
『인권만 해도 그렇지요. 그걸 원칙으로 내세우는 건 좋지만 외교정책으로 삼는 것은 무리입니다. 「키신저」가 인권을 외교에서 완전히 분리시킨 것하고 정반대의 우를 「카터」는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자간에 균형이 잡혀야지요.』 -이러한 균형을 잡도록 충고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신문이 해야할 일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루이·헤렌」(Luis Heren)약력=▲1919년 생 ▲1934년 「런던」「세인트조지」고교 졸업 ▲1934년「더·타임스」입사 ▲1938년 기자 ▲1955∼60 「워싱턴」 주재 특파원 ▲1967년「케네디」추모 언론 상 수상 ▲현「더·타임스」지 편집부국장 겸 외신부장 ◇저서= 『인사도 작품도 없이』 『오늘의 미국』 『「더·타임스」기자 생활』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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