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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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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봄에 l백2년의 역사를 자랑하던「시카고」의 유일한 석간신문「데일리·뉴스」가 폐간되었다.
세계최대의 도시「뉴욕」시에서도 석간지는「뉴욕·포스트」하나뿐이다. 그것도 발행 부수는 61만 부밖에 되지 않는다.
도시의 석간지가 몰락하는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오후에서 저녁에 걸쳐 일하는「서비스」업이 늘어나서 석간을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가 늘어난 탓이다.
또 하나는 도시에서 독자층이 교외로 많이 빠져나간 탓이다.
최근에 교외지가 크게 확장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있다.
그러나 괴로운 것은 석간만이 아니다. 제2차 대전이후 1천4백 개 가량이나 되던 독립지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소자본의 소 신문으로는 도저히 대신문과 맞설 수 없게 된 것이다. 우선 설비의 근대화에 뒤져 취재경쟁에서도 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독립지의 경영자들이 3대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 신문경영에 대한 정열을 잃은 때문도 있다.
신문은 막대하게 투입된 자본에 비기면 너무나도 이익이 적다. 그것을 메우자면 신문의 매력이나「오피니언·리더」로서의 사명감이 뚜렷해야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원인은 독자의 관심이 바뀌어진데 있다. 지난 63년, 미국 각지의 해외특파원수는 9백13명이었다. 그게 75년에는 6백76명으로 줄어들었다.
독자들의 국제정세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또「텔리비전」「뉴스」시간에 독자를 뺏긴 탓도 있다.
그래서 요새 미국신문의 편집방침은 조금씩 경파에서 연파로 바뀌어 가고 있다. 「스포츠」나 문화·가정 난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래서 미 신문계 전체의 경기만은 호조를 누리고 있다. 경영이 엉망인 것은「프랑스」신문계이다.
지식층사이에 인기가 있던 조간지「코티디엥·드·파리」도 경영난에 허덕이다 지난 6월말에 문을 닫았다.
그런지 며칠 후엔「르·몽드」지의 주인이 바뀌었다.「피가로」·「드랑스·스와르」양지의 경영주가 바뀐지도 2년밖에 안 된다.
「프랑스」신문계의 사정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15세 이상의「프랑스」인 중에서도 60%밖에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이다.
온 세계의 신문들은 이렇게 가장 어려운 고비를 겪고 있다. 그런 속에서 본지는 창간 13돌을 맞는다.
본지의「메직·넘버」는 발행 부수 95만 부. 연말까지는 1백만 부가 확실시된다.
이 자랑스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오직 가장 성실하게 독자에게 봉사하겠다는 꾸준한 노력이외에는 없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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