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은퇴 팁] 퇴직자 주변엔 하이에나가 서성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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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명수

선진국 국민들이 ‘은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것은 자유, 행복, 만족 등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은퇴는 두려움, 불안함, 외로움 등 부정적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는 원인은 노후준비가 제대로 안 된 탓이 가장 크다. 그래서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막 퇴직한 사람은 대개 조급해한다. 인생 2모작을 위해 뭐라도 하겠다고 서두르는 경향이 강하다. 퇴직 후 고정수입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영업이나 투자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이 71.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최근 OECD의 발표는 퇴직 후에도 부실한 노후대비 때문에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현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조급함에 밀려 시작한 일이 잘될 리 없다. 자칫하면 사기를 당해 알토란같은 퇴직금을 날려버릴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사기에 걸려들 확률이 높아지게 돼 있다. 의심하는 마음이 약해지면서 귀가 얇아지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팔랑귀가 된 퇴직자 주변엔 늘 하이에나들이 서성거린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전국 24~64세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금융사기와 관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0대 25.4%, 60대 25.0%로 20대보다 1.5배 높았다.

 사기는 낯선 사람보다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더 많이 당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퇴직자는 한번 사기를 당하면 바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만회하기도 힘들다. 쓸 데 안 쓰고 어렵게 모은 돈을 나이 들어 사기를 당하면 그 원통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속병까지 얻는다.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십% 이상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감언이설은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며 들쑤셔대는 충동질도 조심해야 한다. 만약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친구나 식구와 의논하는 것이 좋다.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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