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본 것 신문서 찾아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하루 종일 TV를 보는 작은 딸, 컴퓨터에 노상 붙어사는 큰아들. TV 개그맨들의 대사를 흉내내고, 컴퓨터 게임의 주인공 이름을 외우는 데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합니다.

그러나 막상 신문 읽기를 권하면 십중팔구는 지루해 하지요. 자녀들이 신문 읽기에 취미를 붙이도록 할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이런 고민은 반세기 전에 미국 사람들도 했던 것 같습니다. 1955년 미국 아이오와주의 일간지인 데모인 레지스터가 미국교육협회와 함께 NIE 프로그램을 시작한 동기가 청소년의 문자 기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니 말입니다.

영상세대인 자녀들과 'TV로 하는 NIE'를 해보면 어떨까요?

①"앗! TV에서 봤는데…."

TV 뉴스에 방영된 내용을 신문에서 찾아보세요. 봄꽃 소식, 여름철 휴가지의 시원한 모습, 명절 준비로 분주한 상점, 눈이 와서 꽉 막힌 도로 등….

뉴스 프로그램을 즐겨보면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광고를 활용해도 괜찮습니다.

TV에 나온 내용과 관련된 기사를 찾은 다음 도화지에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게 합니다. 적극적인 자녀에겐 읽은 소감을 써보도록 하세요. 이도저도 귀찮아 한다면 관련 기사에 색연필로 동그라미 표시만 하게 해도 효과는 있습니다.

②"저녁 TV 뉴스에 나올 것 같아요!"

오늘 배달된 신문에서 저녁 TV 뉴스에 보도될 만한 기사를 골라보세요. 미국과 이라크 전쟁 상황, 골프선수 박세리의 LPGA 우승 소식, 내가 좋아하는 탤런트의 소식 등 신세대의 관심을 끄는 내용이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선택한 기사가 TV 뉴스에서 몇번째로 보도될지 예측해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면 흥미가 더 커집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방송 뉴스에 맞게 고쳐 쓰고, 현장 기자가 되어 보도하도록 해보세요.

TV에서 저녁 뉴스가 시작되면 '내가 고른 기사가 과연 보도될지, 몇번째로 나올지' 등이 궁금해 자녀가 TV 앞에서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흥미진진한 게임을 즐기듯 신문과 TV 뉴스를 한꺼번에 즐기며 사회를 읽는 눈을 길러가는 자녀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박미영(본지 NIE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