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80% 끊어낸 모진 병 견딘 한천석씨와 재능 번득이는 신예 박범신씨 첫 작품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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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을 전후해 등단한 3명의 작가들이 때를 같이해서 첫 창작집을 내놓았다. 69년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고 「데뷔」한 김국태 씨의 『황홀한 침몰』과 70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고 「데뷔」한 한천석 씨의 『선녀를 업어라』,
그리고 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박범신 씨의 『토끼와 잠수함』이 그것.
□…「데뷔」 9년만에 첫 창작집을 낸 김국태 씨는 「현대문학」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로 주목을 끌어왔다.
『황홀한 침몰』에는 중편 『어두운 출구』 『굴레』를 비롯한 6편이 수록돼 있는데 동료작가 한용환씨는 발문을 통해 『김씨의 문학엔 아기자기함이나 감미로움 대신에 가슴을 뜨겁게 하는 감동이 있다』고 말한다.
□…한천석 씨는 우리문단에서 가장 불우한 작가 가운데 한사람으로 손꼽혀 왔다. 10여 년간의 투병 끝에 위 수술로 8할을 끊어 냈으면서도 문학에 대한 남다른 집념을 가지고 문학과의 투쟁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숨쉬는 인형』 『물굽이 소리』등 12편이 수록된 이 작품집에 대해 동료작가 이문구 씨는 『그는 기교를 부리거나 「트릭」을 구사하여 독자를 매료시키는 작가가 아니라 한자 한자를 돌에 새기듯 정도를 걷는 작가』라고 평하고 있다.
□…박범신 씨는 이미 여러 편의 작품 발표를 통해 재능을 인정받은 신예작가이다. 첫 작품집 『토끼와 잠수함』은 말하자면 그의 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 중편 『시진읍』과 「데뷔」작 『여름의 잔해』등 11편이 수록돼 있는 이 작품집은 버림받은 삶에 대한 작가로서의 따사로운 애정과 무엇이 우리들의 삶을 어둡게 하는가에 대한 고발정신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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