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장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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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석을 앞두고 질이 나쁘거나 위험한 장난감이 시중에 나돌아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고 심지어는 생명마저 앗아가고 있다.
특히 화약류 장난감은 폭음과 튀는 불꽃에 어린이들이 화상을 입거나 눈을 다쳐 실명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잇따른 장난감 수난은 당국의 단속이 조금이라도 소홀하다든가 명절 대목 경기 때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고질적 병폐다.
그 원인을 캐어보면 첫째 대목경기를 노리고 천진한 동심을 이용, 순간에 돈을 벌어보려는 악덕업자들의 무책임한 소행에 있다.
화약류 장난감이 어린이에게 위험하다는 것은 비단 오늘에 입증된 일이 아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화약류 단속법까지 동원, 경찰에서 손을 댔으나 악덕제조업자와 악덕상인들의 뿌리는 좀처럼 뽑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총포용 탄환제조에 사용하는 흑색화약과 「마그네슘」염소산「칼륨」까지 섞어 폭음을 크게 내고 검은 연기가 일게 한다니 당국은 단속을 더 강화해야겠다.
둘째로 위험한 장난감이나 불량 장난감에 대한 규제는 현행법만으로는 그 실효를 거두기 힘들게 되어있다.
완구류의 제조는 사후 품질검사를 받도록 돼 있어 공업진흥청이 불합격을 통고할 때는 이미 시중에 나돌거나 팔린 뒤이어서 수거, 폐기처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 불량 장난감이나 위험한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체는 대부분이 무허가 영세업체로 얼마 가량을 만들어 소비시키고는 온데 간데 없이 잠적해 버리기 때문에 위험성이나 불량성에 대한 책임조차 추궁할 길이 없다고 한다. 이리하여 불량품이나 위험한 장난감 단속은 항상 사후 약방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셋째로 부모들은 어린이들의 장난감 구입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보통 5세 이하의 어린이는 장난감을 입에 무는 습관이 있다. 장난감을 살 때 빨거나 입으로 물어도 안전한가를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총알 같은 것이 나가는 것은 일단 위험한 것으로 간주해야 된다.
장난감에 입힌 색소도 문제다. 제품이 조잡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것은 불량색소의 위험이 크다고 보아야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위험도를 측정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이 문방구나 구멍가게 같은데 가서 직접 사는 경우다.
무허가 영세 제조업자들은 어린이들의 호기심만을 자극, 눈길을 끄는데 급급해 안전성여부는 관심 밖이다.
실물 크기의 실탄발사 권총, 상처 나기 쉽도록 조잡한 쇠붙이로 된 완구 등은 오색색깔을 입혀 눈을 속인다. 오직 팔릴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거기다 악덕상인들이 한 팔을 거든다. 무허가로 제조, 값싸게 공급된 장난감일수록 「마진」이 크기 때문에 멋모르는 어린이들이 사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화약류 장난감만 해도 나온 지 며칠 안되어 학교 앞 문방구 등을 통해 삽시간에 유행되었다.
화약류 장난감을 사려는 어린이에게 위험하니 가지고 놀더라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 문방구나 장난감 가게주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한마디로 어린이들의 장난감 수난의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
부모는 평소의 가정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의 위험도를 가려낼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한편 조심성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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