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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하는 「새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라블레」의 유명한 『「가르강튀아」 얘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마케도니아」왕이 「코린트」시를 공략하려 하자 시민들은 제각기 전력을 다해서 제 고장을 지키려했다.「디오게네스」는 시민들이 이처럼 열심히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며칠동안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도 「디오게네스」에게는 관청에서 어떻게 하란 말이 없자, 그는 신령에 홀린 사람처럼 팔짱을 걷어올리고 지금까지 자기가 들어 살던 술통을 힘차게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어진 친구들이 왜 그러느냐고 묻자, 이 철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누구나 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데 나도 이렇게 바삐 뛰어다니면 나만이 무위도식하는 한인이란 소리는 듣지 않을게 아닌가』라고.
요새 전국 곳곳에서 「새 마음 갖기 운동」의 물결이 일고있다.
엊그제에는 경기도에서도 있었다.
그것은 조용한 물결이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물결이다.
따라서 「디오게네스」처럼 가만히 있기가 송구스러워질 일도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가 뭔가 하지 않으면 못 배길 만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잔잔히 파고드는 물결이다.
「디오게네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리 궁리해내려 해도 하나도 없었다. 술통을 굴린다는 것도 그저 바삐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기 쉬울 뿐이었다.
이런 얘기를 쓴 「라블레」도 사실은 자기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디오게네스」얘기를 끄집어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 생활주변에서 할 수 있는 새 마음 운동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에서는 상품 값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가령 10「달러」라 하지 않고 9「달러」 95「센트」라 적어 판다.
그래야 싸게 느껴진다는 심리적 효과만을 노려서가 아니다.
단 5「센트」만이라도 아끼겠다는 미국 주부들의 알뜰한 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래서 은행 이용률은 미국이 제일 높다. 일본의 저축률이 세계제일인 것도 일본의 주부들이 알뜰한 탓이다.
우리네 저축률은 5년 전에 비해 별로 오르지 않고 있다. 그 동안의 소득증가율에 비긴다면 그만큼 알뜰하지 못했다는 얘기나 같다.
「디오게네스」는 남들이 보라고 술통을 굴렸다. 하지만 알뜰하게 살림하고 저축심을 키운다는 것은 남들이 보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게 참다운 새 마음 갖기 운동의 첫걸음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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