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기의 일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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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반기 중 강세를 보이던 물가가 8월 들어 뚜렷한 안정세를 나타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생산·저축 활동이 둔화되고, 종합 경기 예고 지표가 약간 떨어진 걸로 보아 초과 수요를 주축으로 한 과열 경기가 일과 한 것 같다.
한때 돈을 주고도 살수 없었던 건축 자재 등도 차차 제값을 찾기 시작하고, 집 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다.
부동산 종합 대책 등이 발표되자마자 집 값이 떨어지고 건축 활동이 현저히 둔화됐다는 것은 그동안의 건축 경기가 투기 등 가수요에 의해 크게 지탱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사실 상반기의 호황은 환상적인 「인플레」 경기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경제 안정화에 주력하여 경제의 부기를 빼고, 경제 순환의 정상화를 도모하려는 것은 매우 타당한 방향이다.
최근의 물자 절약과 저축 증강 운동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된다.
수출의 계속적인 증대나 국내 수급의 균형을 위해선 물량 공급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 경제적 차원에서 물량 공급의 확대를 도모하려면 가용 자원이 생산 부문으로 유도되어야하고, 그것은 안정 기조에 대한 신뢰의 확산으로 경제 순환이 정상화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겠다.
「인플레」 기대 이상이 만연되면 모든 대원이 정상적 생산보다 투기 부문에 몰릴 것은 자명한 이치다.
따라서 모처럼 제자리를 잡기 시작한 물가 안정을 정착화시키기 위한 더한층의 인내와 노력을 촉구하는 바이다.
물가 광란이 그나마 진정된데는 상반기 중 연율 40%가 넘던 통화가 최근 들어 30%선 이하로 떨어진데 영향 된 바 많을 것이다.
8월중의 통화와 물가가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고 해서 안정화 노력 늦추어선 안될 것이다
정부가 안정화 노력을 추진한이래 투기가 다소 진정된 것은 사실이나 부동 자금이 금융 「채널」로 정류되고 경제 순환이 완전히 정상화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여전히 많은 부동자금이 관망 상태에 있어 투기가 재연될 소지는 상존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불안 요인은 아직도 많다. 통화는 하반기에 추곡 수매 등 재정 지출 증대로 크게 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원가 상승으로 현 가격 유지가 한계에 차 있는 공산품도 많다. 또 적자를 내더라도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수출 강공책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계절적으로도 추석과 설이 남아 있어 물가가 뛸 소지는 많다.
따라서 여간한 정책 노력과 각오로는 안정 기조의 정착화보다 확대 팽창으로 간과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모처럼 수그러지기 시작한 「인플레」의 고삐를 지금 단단히 붙잡지 못하면 수출증진도 중화학 공업화도, 또 근본적인 지속 성장 자체가 위협을 받을 것이다.
8월중의 경제 지표가 보내는 청신호를 잘 포착하여 절호의 기회가 범실로 끝나지 않도록 특히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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