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체 진입 안 한 해경 … 과실치사 혐의 적용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검찰의 해양경찰 압수수색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에 도착한 해경이 승객들에게 탈출하라고 하지 않는 등 구조 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사고 초기부터 해경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검찰과 더불어 합수본부의 한 축인 해경을 합수본부가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8일 광주지검에 해경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바로 이 팀이 지난 5일 해경 본청 등을 압수수색함으로써 해경 수사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앞으로 검찰은 압수물 내용을 분석한 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게 된다. 광주지검 이두식(52) 차장검사는 “초기 구조부터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까지를 낱낱이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해경이 사고 감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부터 파헤치고 있다. 침몰 전 세월호가 급선회를 했는데도 선박 항로를 자동 관측할 수 있는 해경 산하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사고 지점에 처음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정은 사고가 난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43분 서해지방해양경찰청과 목포해양경찰청에 “승객이 안에 있는데 못 나오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에 오른 해경은 승객들을 대피시키려 하지 않고 구명뗏목이 펴지는지만 확인하다 내려왔다. 오전 9시53분에는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하니) 여객선에 올라가라”는 서해지방청 지시에 “경사가 너무 심해 올라갈 길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 16분 뒤 전남도 어업지도선에 탄 승무원은 배에 올라 승객을 구해냈다.

 검찰은 이 같은 해경의 구조 활동에 직무태만 또는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연세대 한상훈(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경이 세월호 안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며 “만약 선체진입 지시가 있었는데도 진입하지 않았다면 유기치사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두식 차장검사는 “전체 과정에서 순간순간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고 있다”며 “해경 본청 고위 간부와 김석균(49) 해경청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해경과 민간 해난구조업체 언딘의 유착 관계 등은 없는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언딘이 세월호 운항사인 청해진해운과 인명 구조 계약을 맺은 데 대해 일부에서 “해경이 청해진해운에 언딘을 소개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목포=최경호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